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영하의 추운 날씨 속에 공무원들이 하나 둘 45인승 통근버스에 몸을 싣는다.
눈길을 뚫고 2시간 이상을 달려 세종시에 진입했지만, 줄지어 선 통근버스 행렬과 자가용 차량이 마구 뒤엉키며 2개 차선에 불과한 세종청사 2차선 진입로 한누리대로는 이미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세종시 전역에 깔린 자욱한 연무도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공공의 적’이다. 통근버스는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역에서 고속열차(KTX)를 타고 출근한 공무원은 더욱 허탈하다. 집에서 서울역까지 걸린 시간을 제외하고도 세종청사까지 오는데 꼬박 3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1단계 이전 때도 세종청사 ‘입주 홍역’은 마찬가지였다.
첫 근무일 출근길에 오송역과 세종청사를 연결하는 간선 급행버스(BRT)가 3차례나 멈춰 서기도 했다. 짙은 안개 때문에 BRT 전용도로에서 10중 추돌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국무조정실 세종특별자치시지원단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가보훈처 등 6개 부처 4800명이 서울에서 내려온다.
내년에는 법제처와 국세청, 권익위원회, 소방방재청 등 4개 부처 2200명이 입주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준비상황만 보면 새로 이주할 이들의 불편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정민 국무조정실 세종시지원단장은 “세종청사 내 교통·주차 문제는 실생활에서 수시로 느끼는 불편”이라며 “도로폭이 좁고 주차장이 부족한 것은 도시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행정력 낭비와 국정운영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정부와 해당 지자체는 공무원들의 조기정착을 위한 정주 여건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기사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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