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에 이어 설국열차까지..봉준호에게 SF란

  • 등록 2013-10-27 오전 9:00:52

    수정 2013-10-27 오전 10:40:42

[과천=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포한 화학물질 때문에 되레 빙하기가 찾아오고, 특정 열차에 탄 생존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설국열차. 지난 여름 개봉한 이 영화는 10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끌어모으며 올해 최대 흥행작이 됐다.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설국열차’는 전작인‘괴물’과 마찬가지로, 여러 해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상과학(SF) 영화다. 기후변화 문제에서부터 화학물질 살포, 영구동력엔진 등 과학에 기초하고 있는 이 영화의 원작만화에 봉 감독이 꽂히게 된 건 바로 ‘열차’ 때문이었다.

26일 봉준호 감독이 과천과학관 과학토크콘서트에서 진행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과천과학관 제공)
“제일 먼저 꽂힌 게 열차였습니다. 2005년 우연히 서점에서 대머리 남녀가 그려진 표지를 보게 됐는데 제목이 열차였죠. 첫 장을 펼치니 지구가 멸망해 온통 눈으로 덮여 있는 가운데 열차가 아름답게 지나가고 있었고, 그 안에 생존자들이 바글거렸습니다. ‘종말 이후 생존자들이 달리는 열차에 타고 있다’는 점이 대단히 황당하면서도 매혹적이었죠.”

그렇게 시작된 설국열차에 대한 구상은 2010년 ‘마더’ 개봉 이후 시나리오로 구체화됐다. 설국열차는 SF작가인 김보영 씨를 만나면서 과학적인 설득력을 얻고 탄탄한 스토리가 됐는데, SF영화의 기획단계에서부터 협업을 하게 된 건 최소한의 과학적 근거를 얻기 위해서였다.

설국열차에 등장하는 영구동력엔진은 197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핵 잠수함 ‘펜실베니아호’가 원자로를 이용해 20년 이상 연료를 충전하지 않고 갈 수 있었다는 데서 왔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살포된 ‘CW(Cold Weather)-7’과 관련해 영화에선 잠시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란 내용이 나오는데,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열차 선로에 얼어붙은 얼음은 지구가 자체적으로 복구되고 있고, 그로 인해 눈이 녹아내림을 내포하고 있다.

봉 감독은 “과학적인 원리를 생각하면 SF영화를 만든다는 게 사실 조심스럽다. 하지만 너무 그쪽에 신경을 쓰다 보면 상상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어느 정도는 감독의 뻔뻔함도 필요하다”며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위적인 화학약품을 살포했는데 반대로 빙하기가 왔다는 건 내 딴엔 과학적 유머였다”며 웃었다.

괴물과 설국열차는 이미 세계적으로 훌륭한 SF영화로 평가받는다. 그런 봉 감독에게 얼마 전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로부터 중국계 미국작가 테드 창의 SF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영화화 제의가 들어왔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식 초대형 SF영화를 원하는 제작사와 좀더 적은 예산으로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던 봉 감독은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기분 좋게 헤어졌다고 한다.

그에게 SF란 무엇일까. 봉 감독은 “우리의 일상은 사실 자질구레하고 지저분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이건 만화건, SF라는 두 글자는 우리의 인식과 사고, 여러 가지 면에서 해방시켜주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SF토양이 척박하고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지금은 저예산 인디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다음 세대는 SF를 즐겁게 즐기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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