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설국열차’는 전작인‘괴물’과 마찬가지로, 여러 해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상과학(SF) 영화다. 기후변화 문제에서부터 화학물질 살포, 영구동력엔진 등 과학에 기초하고 있는 이 영화의 원작만화에 봉 감독이 꽂히게 된 건 바로 ‘열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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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에 등장하는 영구동력엔진은 197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핵 잠수함 ‘펜실베니아호’가 원자로를 이용해 20년 이상 연료를 충전하지 않고 갈 수 있었다는 데서 왔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살포된 ‘CW(Cold Weather)-7’과 관련해 영화에선 잠시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란 내용이 나오는데,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암시한다. 열차 선로에 얼어붙은 얼음은 지구가 자체적으로 복구되고 있고, 그로 인해 눈이 녹아내림을 내포하고 있다.
봉 감독은 “과학적인 원리를 생각하면 SF영화를 만든다는 게 사실 조심스럽다. 하지만 너무 그쪽에 신경을 쓰다 보면 상상력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어느 정도는 감독의 뻔뻔함도 필요하다”며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위적인 화학약품을 살포했는데 반대로 빙하기가 왔다는 건 내 딴엔 과학적 유머였다”며 웃었다.
그에게 SF란 무엇일까. 봉 감독은 “우리의 일상은 사실 자질구레하고 지저분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이건 만화건, SF라는 두 글자는 우리의 인식과 사고, 여러 가지 면에서 해방시켜주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SF토양이 척박하고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지금은 저예산 인디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다음 세대는 SF를 즐겁게 즐기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