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카드 자회사인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부문의 합병의 첨병으로 나서면서 외환은행 노조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용로 행장은 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나금융지주의 개입 없이 노조와 단독으로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이번 카드 통합 작업의 필요성은 지주보다 외환은행장이 직접 나서 노조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본다”며 “심도있는 대화를 통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012년 2월 합병 이후부터 IT통합, 하나고 출연, 해외법인 합병, 주식교환 등 갈등이 불거질때마다 협상파트너로 하나금융지주를 운운하며 투쟁을 일삼았다. 길 건너 을지로 하나지주 건물 앞에서 몇날 며칠이고 단체농성을 벌이는 노조를 볼 때마다 윤 행장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 어느때보다 카드 통합이 필요한 시점에서 윤 행장이 노조와의 협상에 총대를 매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행장으로써 노조를 직접 이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윤 행장은 “카드시장이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때 오래된 충성고객이 많은 외환카드와 모바일카드 중심의 젊은층이 두터운 하나SK카드가 합친다면 충분히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오히려 서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외환 2X카드’의 누적 발급량은 지난해 6월12일 출시 이후 98만 2000계좌로 오는 10일께 ‘밀리언셀러(100만장 발급)’ 반열에 오를 예정이다. 외환은행 최초 밀리언셀러 상품이며 지난 1년 간 신용카드 신상품 중 100만장이 넘게 팔린 첫 상품이다. 클럽SK카드 역시 출시 1년 동안 100만장 가까이 팔리며 하나SK카드 출범 이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하나SK와 외환카드의 시장점유율은 1분기 기준 각각 3.13%, 4.50%로 합병시 7% 중후반대로 뛰어오르며 롯데·비씨 등과 함께 업계 중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대화가 원만히 진행된다면 향후 윤 행장의 경영권에도 힘이 실릴 뿐 아니라 지주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만 실패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될 수도 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내정 당시 새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윤 행장의 임기를 당초 3년에서 2년으로 줄인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윤 행장이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게 많이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카드 합병이 향후 하나와 외환은행의 통합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윤 행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