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순환출자 규제 대폭 완화한다

경실모 법안보다 누그러져 "이달중 개정안 제출할 것"
"경영권 방어투입 비용 과다" 與, 재계 의견 수용한 듯
  • 등록 2013-06-03 오전 7:00:03

    수정 2013-06-03 오전 7:00:0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새누리당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해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에서 제시된 방안과 맥을 같이하지만,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까지 제한하는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의 법안보다는 규제강도를 대폭 완화한 셈이다.

새누리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3일 “기존 순환출자는 그대로 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규제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법안을 이달 중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실모를 이끌고 있는 남경필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법안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동시에 기존 순환출자도 점진적 해소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의결권을 제한토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 새누리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의결권 제한 조항을 삭제한 새 법안을 추진하면서, 경실모의 방안은 사실상 폐기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기존에 제출된 경실모 법안과 상관없이 새 법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새누리당의 법안은 경실모 법안처럼 기존 순환출자의 의결권까지 제한할 경우 경영권 방어에 투입될 비용이 과다하다는 재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A→B→C→A’ 구조의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C사가 A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는 행위는 금지하는 셈이다.

이번에 채택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순환출자로 지배력의 근간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현대차(005380) 등 대기업들에게 당장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선 경제민주화 의지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재차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은 기존 순환출자도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해소시키는 방안이어서 향후 해당 상임위원회 논의과정에서 절충이 불가피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43개 대기업집단 중 14곳이 124개의 순환출자를 갖고, 이 중 56%(69개)는 지난 2008년 이후 새로 만들어졌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삼성과 현대차의 순환출자 고리 대부분은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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