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車업계, 새로운 차급 출시 '러시'.. 틈새시장 공략

새 스타일 등장에 전통방식 차급 구분 어려워져
카니발리제이션 우려 대신 고객 선택폭 넓히기
  • 등록 2013-03-10 오전 9:59:46

    수정 2013-03-10 오전 9:59:46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가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차급을 속속 내놓고 있다. 과거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중·대형으로 구분하던 전통의 자동차 구분법이 의미를 잃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최근 소비자의 선택폭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파생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현대차(005380)의 경우 지난 7일 6~7인승 대형 SUV ‘맥스크루즈’를 출시했다. 이름은 다르지만 중형 SUV 싼타페의 길이를 늘린 파생모델이다. 크기와 활용도, 가격 면에서 비슷한 ‘베라크루즈’의 단종 없이 추가되는 모델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왼쪽부터 대형 SUV 맥스크루즈와 베라크루즈. 현대차 제공
과거엔 자사 제품끼리 경쟁하는 이른바 ‘카니발리제이션’을 피하기 위해 동급 모델은 단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베라크루즈 단종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베라크루즈 단종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3000만원대 중반에서 4000만원대 중반 중형 이상 현대차 SUV 라인업은 싼타페와 맥스크루즈, 베라크루즈 3종이 된다. 한 그룹에 속한 기아차(000270) 쏘렌토R, 모하비를 더하면 사실상 5종이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올초 가격을 낮춘 기아차 K9과 올 연말쯤 출시 예정인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도 맞붙는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아반떼 쿠페, 기아차 역시 올 하반기 K3 쿠페 등 젊은층을 겨냥한 파생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현대·기아차의 차종은 30개(각 15개씩)로 늘어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엔 판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카니발리제이션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엔 아반떼와 i30, 쏘나타와 i40처럼 비슷한 차급의 라인업도 늘리고 있다”며 “고객 선택폭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노리는 새로운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ULV(Urban Life Vehicle)라는 콘셉트를 내건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를 출시했다. 이 차는 10일까지 약 3000여대가 계약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2년간 카마로 등 수입 스포츠카를 포함해 총 10종으로 라인업을 늘리며 내수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왼쪽부터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 르노삼성 QM3, 한국GM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도 연말께 트랙스와 동급인 QM3를 출시하며 반전을 꾀한다. 르노삼성은 지난 2000년 이래 단 4개 차종만으로도 내수 점유율 10%를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한계에 부딪히며 점유율이 4%대로 주저앉았다.

쌍용차(003620)도 과거 짐차 이미지였던 로디우스의 상품성 개선모델을 ‘코란도 투리스모’라고 명명하는 등 다목적 레저 차량(MLV)으로 변신시켜 인기몰이에 나섰다. 이르면 내년말 소형 SUV인 X100(프로젝트명)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라인업을 늘리는 것은 소비자의 취향이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수년 전부터 수입차가 대중화되며 이 같은 추세는 더 빨라졌다. 수입차 업계 1위인 BMW코리아의 경우 현재 BMW 66종, 미니 23종, 롤스로이스 5종 등 총 94개 차종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비슷한 차끼리는 묶어도 최소 40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국산차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잘 팔리는 차’를 출시하는데만 주력해 왔지만 이 방식은 한계에 부딪히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소비자 역시 세단이냐 SUV냐 등 기존 틀에서 고민하지 말고 다양한 차종을 경험해 본 뒤 구매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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