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얼굴` 강호문 부회장과 KTX 동행 인터뷰

11일 용산발 여수엑스포행 KTX서 만나
"中 기술유출 걱정..韓 위협할 것" 경고
"OLED TV 가격 급격히 떨어져..2년내 대중화된다"
삼성 동반성장에 자부심.."등급마다 차이 있다"
  • 등록 2012-05-14 오전 7:19:19

    수정 2012-05-14 오전 10:03:22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4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지난 11일 여수 엑스포 삼성관 개관식에 참석한 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여수=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강 부회장님이시죠?" 지난 11일 오전 8시10분 용산발 여수행 KTX 특실 안. 여수엑스포 취재차 KTX에 올랐던 기자의 눈에 낯익은 인사가 나타났다. 강호문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현재 삼성의 굵직한 대외현안을 챙기는 삼성의 `얼굴`이다.

강 부회장은 지난 2002년부터 삼성전기(009150)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을 거치며 사업마다 두드러진 성과를 냈고, 2010년 중국삼성 부회장을 역임한 뒤 올해부터 대외협력담당을 맡은 삼성 내 대표적인 경영자다.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기자는 반갑게 악수를 청한 뒤, 그의 옆에 앉았다. 강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여수엑스포의 귀빈 만찬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동행 인터뷰`가 시작됐다.

기자는 중국 얘기부터 꺼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삼성을 이끌던 그였다. 호탕하게 기자를 맞아 농을 주고받던 강 부회장도 중국을 거론하자 사뭇 진지해졌다.

"첨단 기술일수록 유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의 기술력이 생각보다는 좋은 편이지만, OLED 같은 첨단 기술은 더 빼내고 싶어하죠."

최근 LG디스플레이(034220)가 SMD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훔쳤다고 해 논란이 됐던 사건도 결국 중국으로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었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은 삼성과 LG의 인재를 끌어모으는 데 혈안이다.

강 부회장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국내 업체에 있다가 내부에서 밀린 인사들이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유출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절한 대책을 세워 대응해야죠."   중국 전문가인 그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다. "중국은 엄청난 시장입니다. 인구 자체가 차원이 다르죠.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하면 싸구려 이미지를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부의 지원 의지도 강하고, 미국 등 선진국에서 공부한 인재들도 아주 많아요. 아마 몇 년 안에 우리나라엔 큰 위협이 될 겁니다."

그래서 강 부회장은 OLED 같은 첨단 기술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에게 배우면서 어느덧 그들을 따라잡았던 것처럼 우리도 중국에 똑같이 당할 수 있습니다. OLED 같은 제품으로 차이를 멀찌감치 벌리지 않으면 안 되죠."

조간신문을 훑어보던 강 부회장은 대뜸 기자에게 "어제(10일) 공개한 OLED TV는 어땠나요?"라고 물었다. `제품은 아주 우수했지만, 가격은 예상대로 비싼 것 같아요`라고 답했더니, 강 부회장은 "가격은 생각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고 일러줬다.

"조간신문에 보니까 OLED TV의 대중화 시기를 2~3년 후로 봤는데, 가격이 더 빨리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해요. 보통 제품 생산량이 2배 많아지면, 가격은 3분의1 꼴로 낮아지게 됩니다. 생산량이 많아지는 속도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폭이 더 크죠. 55인치 제품이 500만원대만 되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할텐데,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빠를 겁니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외 경쟁사가 OLED 사업에 나서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OLED 사업을)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더군요. 빨리 따라와서 같이 (시장을) 만들어야죠." 연신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OLED 얘기를 많이 해서였을까. 그는 SMD 사장 시절도 떠올렸다. "2009년쯤 휴대폰을 통해 먼저 OLED를 상용화하려고 할 때도 고생 많이 했어요. LCD사업부하고도 (주도권을 두고) 많이 싸웠죠. 앞으로는 확실히 OLED의 시대가 될 겁니다."

대외협력을 맡은 강 부회장에게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발표한 동반성장지수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위원이다. 올해 대외협력담당을 맡자마자 관련회의에 몇 차례 참석했다.

공교롭게도 강 부회장이 거쳤던 삼성전자, 삼성전기, SMD는 모두 `우수` 등급을 받았다. 평가대상에 포함된 삼성의 9개 계열사 가운데 이들 3개사가 가장 좋은 등급을 받은 것이다.

"중국에 있다가 막 넘어와서 동반성장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아무래도 4개 등급으로 분리된 대기업 사이에 분명히 차이는 있지 않겠느냐"고 뼈가 있는 한마디를 했다. "우수·양호·보통·개선 등 4개 등급에 포함된 각 기업에 그 사유가 개별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옆자리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만큼 동반성장 열심히 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거들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동반성장은) 더 열심히 해야죠."  강 부회장과의 대화에 빠져드는 사이 KTX 열차는 그렇게 여수로 향하고 있었다. 

▶ 관련기사 ◀ ☞`맡기만 하면 사업 쑥쑥`‥강호문 삼성전자 부회장은 누구 ☞[주간추천주]우리투자증권 ☞증권사 리서치센터 `개점휴업`..종목리포트 90% 급감 ☞獨 법원, 삼성-애플 특허 판결 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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