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4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
강 부회장은 지난 2002년부터 삼성전기(009150)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을 거치며 사업마다 두드러진 성과를 냈고, 2010년 중국삼성 부회장을 역임한 뒤 올해부터 대외협력담당을 맡은 삼성 내 대표적인 경영자다.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기자는 반갑게 악수를 청한 뒤, 그의 옆에 앉았다. 강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여수엑스포의 귀빈 만찬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러운 `동행 인터뷰`가 시작됐다.
기자는 중국 얘기부터 꺼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삼성을 이끌던 그였다. 호탕하게 기자를 맞아 농을 주고받던 강 부회장도 중국을 거론하자 사뭇 진지해졌다.
"첨단 기술일수록 유출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봐야 합니다. 중국의 기술력이 생각보다는 좋은 편이지만, OLED 같은 첨단 기술은 더 빼내고 싶어하죠."
최근 LG디스플레이(034220)가 SMD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훔쳤다고 해 논란이 됐던 사건도 결국 중국으로의 유출에 대한 우려가 배경이었다. BOE 등 중국 업체들은 삼성과 LG의 인재를 끌어모으는 데 혈안이다.
그래서 강 부회장은 OLED 같은 첨단 기술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에게 배우면서 어느덧 그들을 따라잡았던 것처럼 우리도 중국에 똑같이 당할 수 있습니다. OLED 같은 제품으로 차이를 멀찌감치 벌리지 않으면 안 되죠."
조간신문을 훑어보던 강 부회장은 대뜸 기자에게 "어제(10일) 공개한 OLED TV는 어땠나요?"라고 물었다. `제품은 아주 우수했지만, 가격은 예상대로 비싼 것 같아요`라고 답했더니, 강 부회장은 "가격은 생각보다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고 일러줬다.
"조간신문에 보니까 OLED TV의 대중화 시기를 2~3년 후로 봤는데, 가격이 더 빨리 떨어질 가능성도 충분해요. 보통 제품 생산량이 2배 많아지면, 가격은 3분의1 꼴로 낮아지게 됩니다. 생산량이 많아지는 속도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폭이 더 크죠. 55인치 제품이 500만원대만 되면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할텐데,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빠를 겁니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외 경쟁사가 OLED 사업에 나서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국내외 경쟁사들이 (OLED 사업을) 엄청 열심히 하는 것 같더군요. 빨리 따라와서 같이 (시장을) 만들어야죠." 연신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OLED 얘기를 많이 해서였을까. 그는 SMD 사장 시절도 떠올렸다. "2009년쯤 휴대폰을 통해 먼저 OLED를 상용화하려고 할 때도 고생 많이 했어요. LCD사업부하고도 (주도권을 두고) 많이 싸웠죠. 앞으로는 확실히 OLED의 시대가 될 겁니다."
공교롭게도 강 부회장이 거쳤던 삼성전자, 삼성전기, SMD는 모두 `우수` 등급을 받았다. 평가대상에 포함된 삼성의 9개 계열사 가운데 이들 3개사가 가장 좋은 등급을 받은 것이다.
"중국에 있다가 막 넘어와서 동반성장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아무래도 4개 등급으로 분리된 대기업 사이에 분명히 차이는 있지 않겠느냐"고 뼈가 있는 한마디를 했다. "우수·양호·보통·개선 등 4개 등급에 포함된 각 기업에 그 사유가 개별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옆자리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만큼 동반성장 열심히 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고 거들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도 (동반성장은) 더 열심히 해야죠." 강 부회장과의 대화에 빠져드는 사이 KTX 열차는 그렇게 여수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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