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상을 받을 거란 기대는 안 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요. 그래도 0.1% 정도는 상을 받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는데, 현실이 돼 너무 기뻤어요.”
뮤지컬배우 장민제(24)의 환한 표정에서는 3주 전 설렘이 그대로 묻어났다. 장민제는 지난달 10일 열린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뮤지컬 ‘비틀쥬스’ 리디아 역으로 여자신인상을 수상했다. 한국 뮤지컬계에서는 한번밖에 거둘 수 없는 상이어서 더 의미가 컸다.
|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포샤 역을 맡은 뮤지컬배우 장민제가 최근 서울 중구 퇴계로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
장민제는 지난해 2월 뮤지컬 ‘검은 사제들’로 데뷔했다. 이후 ‘비틀쥬스’ ‘미인’ ‘작은 아씨들’ 그리고 최근 공연 중인 ‘썸씽로튼’까지 5편의 작품에서 주·조연을 꿰찼다. 귀신에 씐 소녀와 귀신을 보는 소녀, 일제강점기 비밀을 지닌 시인, 그리고 다섯 자매의 막내까지 매 작품 새로운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 뮤지컬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장민제는 최근 서울 중구 퇴계로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검은 사제들’ 연습실에서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며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1년이 지났다”며 “요즘 잠시 숨을 돌리며 2021년을 돌아보고 있는데, 많이 바빴던 만큼 정말 값진 시간을 보냈고, 내가 멋진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장민제는 공연을 좋아하는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뮤지컬, 연극, 발레, 국악 등을 보며 자랐다. 그중에서도 마음이 끌린 것이 뮤지컬이었다. 중학교 때 뮤지컬 ‘영웅’을 본 뒤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다.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게 좋아 고등학교 시절 로엔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1년 반 동안 생활하며 가수 아이유의 무대에 댄서로 출연하기도 했다.
|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포샤 역을 맡은 뮤지컬배우 장민제가 최근 서울 중구 퇴계로 한 카페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
|
그러나 발목 인대 부상으로 연습생 생활을 중단해야 했다. 그럼에도 장민제의 꿈은 뮤지컬을 향했다. 실용음악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중, 뮤지컬을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아빠의 말에 춤, 노래에 연기 공부까지 시작했다. 3수 끝에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했고, 이제는 어엿한 뮤지컬배우로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매 작품이 배움이 된다”며 “뮤지컬에 대한 사랑도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무엇을 해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배웠어요. ‘비틀쥬스’에서는 대극장에서 어떻게 몸과 소리를 쓰면서 극을 이끌어야 하는지 알게 됐고요. ‘미인’은 실제 저보다 더 높은 나이대 의 역할을 소화하는 법을 배웠고, ‘작은 아씨들’에서는 다른 인물과 감정을 주고 받으며 느끼는 연기의 ‘쫀득함’을 익혔어요.”
오는 4월 10일까지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썸씽로튼’에서는 엄격한 청교도 집안에서 자라났지만 시와 예술을 향한 열망으로 가득한 포샤 역으로 열연 중이다. 실제 성격처럼 밝고 유쾌한 캐릭터라 다른 공연보다 더 무대를 즐기고 있다. 장민제는 “‘윌 파워’와 ‘위 씨 더 라이트’ 넘버에서는 콘서트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며 “코믹한 장면에서 관객들이 웃어줄 때 힘이 더 난다”고 말했다.
‘썸씽로튼’ 이후에도 장민제의 바쁜 행보는 계속된다. 5년 만에 재공연하는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아마네 미사 역에 캐스팅됐다. 새로운 꿈도 생겼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는 ‘세계적인 배우’가 되는 것이다. 장민제는 “데뷔 이후 코로나19 때문에 관객들의 함성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다”며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돼 관객의 환호도 느껴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