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을 위한 행진곡’ 찬반 논란 안타깝다

  • 등록 2016-05-17 오전 3:00:00

    수정 2016-05-17 오전 3:00:00

‘임을 위한 행진곡’이 청와대와 여야 3당 간에 합의된 협치 약속에 돌발변수로 떠올랐다. 국가보훈처가 내일 열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제창하는 대신 기존 방식에 따라 합창으로 부르도록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소통 협치의 합의를 잉크도 마르기 전에 찢어버리는 일”이라고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국가보훈처 나름의 고충이 있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 이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찬반양론이 첨예한데도 참석자들에게 일률적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강요한다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공식 식순에 포함시키되 원하는 사람은 합창단에 맞춰 부르도록 하는 현행 방안이 최선의 절충안이다.

야당만이 아니라 여당까지 나서서 이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곡이자 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로 불려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2013년에는 기념곡 지정 촉구결의안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가세로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번에 정진석 원내대표가 국가보훈처 결정에 재고를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5·18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제창 방식이 유지되다가 이듬해부터 현행 방식으로 바뀐 배경을 이해해야만 한다. 반발 여론을 받아들여 국민 통합을 이룬다는 취지였다. 노래를 부르거나 부르지 않거나 각자의 자율의사에 맡긴다는 뜻이다. 기념곡 지정에 있어서도 국경일을 포함한 모든 기념일에 기념곡이 지정된 전례가 없다. 애국가조차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되지 않은 마당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 3당 원내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내세운 전제조건도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였다. 보훈·안보단체의 반발이 뻔한 상황에서 여야가 건의했다고 덥석 받아들이는 것도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 협치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난다. 협치란 가급적 갈등을 줄여가자는 것이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강행하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이 해소되려면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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