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으로 예산안 볼모잡아선 안된다

  • 등록 2015-10-19 오전 3:00:00

    수정 2015-10-19 오전 3:00:00

국회가 오늘 상임위별로 내년도 예산안 예비심사에 착수함으로써 연말 예산 정국의 서막이 오르게 된다. 이와 함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26일 예산안 공청회를 열게 되며 세부적인 예산안 증감을 다룰 예산소위는 다음달 4일부터 가동된다.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이 12월 2일이므로 이 모든 일정을 한 달 반 만에 끝내야 한다. 제19대 국회로서는 마지막 예산안 심의인 만큼 내년 4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여야의 격돌로 매우 험악한 ‘예산 전쟁’이 예상된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은 386조 7000억원 규모로 올해(375조 4000억원)보다 3.0% 늘어난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하지만 곳곳이 암초다. 우선 재정 건전성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나랏빚이 무섭게 늘어나서다. 국가채무는 내년에 6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계상됐다. 여야는 경제 활성화에 의한 세수 증대와 법인세 인상을 각각 해법으로 내놓고 한바탕 입씨름을 벌일 태세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약과다. 느닷없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정치권의 블랙홀로 등장하는 바람에 이번 예산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자리매김할 판이다. 야당은 국정화 예산을 한 푼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데다 여차하면 장외로 뛰쳐나가 전체 예산안 심의를 공전시킬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예산안 졸속 심의는 보나마나고 노동, 금융을 비롯한 4대 부문 개혁과 경제 활성화 관련 입법 등은 해를 또 넘겨야 한다. 야당 의원의 제18대 대선 개표조작 발언으로 여야의 감정 대립이 격화하는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하지만 나라의 살림살이를 정쟁의 볼모로 삼는 악습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정치인들은 오랜 불황에 지친 국민과 일자리를 못 찾아 풀 죽은 ‘N포 세대’ 청년들의 심사를 헤아려야만 한다. 이념전쟁은 이념전쟁대로 당당하게 해야지 애꿎은 예산안을 희생양으로 삼아선 곤란하다. 겉으로는 정부와 여당에 타격을 주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서 죽어나는 건 서민들이 더하다. 야당이 정말로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서 승리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정책 대결에 치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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