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쌍용차 회생 이끌고 '아름다운 퇴장' 이유일 사장

고문·자문역 부회장으로 자리 옮겨
후임에 '러닝메이트' 최종식 부사장 낙점
  • 등록 2015-02-12 오전 1:01:00

    수정 2015-02-12 오전 4:00:55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번 더 맡아주시죠.” 2011년 3월 초. 쌍용자동차(003620) 공동관리 대표직에서 물러나 모처럼 휴가를 떠난 이유일(72세) 사장은 모회사인 마힌드라의 마힌드라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럽시다.” 이 사장은 사장직 제안을 수락했다. 체력적으로는 많이 지친 상태였다. 당시 68세였다. 수락하면서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2009년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의 공동관리인이자 ‘구원투수’로 선임됐다. 이후 2년은 전쟁을 방불케했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둘러싼 극심한 노사갈등, 거듭된 신차 실패에 따른 적자 누적…. 만신창이가 된 쌍용차 인수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글로벌 세일즈’와 함께 재원 마련을 위한 유휴자산 매각, 멈춰선 공장의 생산 재개, 코란도C 개발 재개를 동시에 해내야만 했다.

이유일(왼쪽) 쌍용자동차 사장이 공동 법정관리인 시절이던 2009년 12월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허가를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규한 쌍용차 노조위원장, 오른쪽은 박영태 전 공동관리인. 쌍용차 제공
2011년 3월. 쌍용차는 마침내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마힌드라라는 든든한 새 모회사를 찾아 투자를 유치했고 3000억원에 달했던 적자를 500억원대로 줄였다. 그해 2월 신모델 ‘코란도C’를 출시했고 신모델(지금의 티볼리) 개발에도 착수했다.

모처럼만의 휴가에서 ‘강제 컴백’한 그는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코란도C 히트에 힘을 얻은 쌍용차는 아예 코란도시리즈를 내놓고 ‘SUV 붐’을 주도했다. 중국, 러시아 등 무너진 해외 판매망을 하나씩 복원했다. 틈틈이 국회에 출석해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2013년엔 적자 속에서도 455명 무급휴직자 전원을 복직시켰다.

올 1월 마침내 뉴 쌍용차의 첫 신차 ‘티볼리’를 내놨다. 티볼리는 한 달도 안돼 계약대수 8000대를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다시 미뤄 온 은퇴 카드를 꺼내들었다.지난달 말 티볼리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에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깜짝 고백했다. 마힌드라는 그에게 한번 더 진두지휘해 주기를 거듭 부탁했지만 사실상 고문·자문역인 임기 2년의 부회장직을 맡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지난해 3월 ‘2014 제네바모터쇼’에서 티볼리의 기반이 된 콘셉트카 X100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쌍용차 제공
쌍용차 이사회는 11일 후임 인선을 결정했다. 이 사장은 마힌드라 측에 오랜 ‘러닝 메이트’ 최종식 영업본부장(부사장)을 추천했다. 세대교체와 경영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사장은 큰 이변이 없는 한 3월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공식 선임된다.

쌍용차에겐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았다. 주력 수출무대인 러시아 시장의 침체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영업적자도 전년 89억원에서 769억원 다시 늘었다. 티볼리의 초기 반응은 성공적이지만 해외에서도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내년 이후 다른 신모델의 성공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숙원 사업이었던 미국 자동차 시장 진출도 아직은 미완이다. 그는 지난달 말 은퇴 발표 후 미국으로 가 현지 컨설팅 업체를 만났다.

이 사장은 이런 과제를 ‘러닝 메이트’에게 맡기고 공식 무대에서 은퇴한다. 그러나 아예 끝난 건 아니다. 모회사 마힌드라와 업계는 여전히 ‘이유일 쌍용차 신임 부회장’에게 새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2013년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코란도C 레이싱카로 서킷을 돈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쌍용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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