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수출 호황을 누렸던 스마트폰은 애플과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국업체들과 중저가시장에서 숨가쁜 경쟁을 하면서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자동차도 엔화약세와 원화강세의 환율 악재로 고전하고 있다.
반도체는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지난해 사상 최초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고, 올해도 전통적인 수출산업인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업황이 악화하는 속에서도 호황을 이어가며 분전하고 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대비 8.8% 증가한 511억1500만 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올해 연간 600억 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15.8%로 일본(13.9%)을 제치고 미국(52.4%)에 이어 2위에 오르면서 올해의 상승세를 예고했다. 반도체 개발에 나선 지 30년 만에 일본의 벽을 허문 것이다.
반도체가 한국경제의 견인차로 재부상한 것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생산라인 설비개선과 기술개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 결실이다. 올들어 모바일 D램 수요증가와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XP 기술지원 종료에 따른 PC 교체수요로 반도체 가격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적재적소의 투자는 실적으로 보답받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2600억원으로 무선사업부(1조7500억원)를 앞섰고, 전체 영업이익(4조6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동안 회사 실적을 견인했던 휴대폰 사업의 실적이 악화한 빈자리를 전통의 반도체사업이 만회하며 삼성전자의 대표 사업으로 자존심을 세운 것이다.
김기남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국내 반도체 산업은 PC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앞으로는 웨어러블, 사물인터넷 등 신규 수요 창출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미래산업의 원동력으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