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안철수 의원간 통합신당 추진으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는 사실상 박원순 현 시장으로 굳혀지는 분위기다. 박 시장이 야권통합의 최대수혜주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출사표를 던진 이혜훈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에 이어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다음주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원순 시장이 현역프리미엄을 가지고 또 한번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유리한 구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한 보수 인물은 성공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며 “대선주자급 현직시장으로 인물론에서 여권에 뒤지지 않는 야권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이사는 “박 시장은 기존 새정치연합 지지층 흡수, 안철수 의원 지원 효과, 창당 컨벤션효과 등 3대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도 “박원순 시장이 단일후보로 나서면서 유리한 국면”이라고 말했고,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 역시 “안철수 의원의 협조가 절실했던 박 시장 입장에서 통합신당 창당은 불안요인을 제거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권이 전통적으로 견고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 득표율을 유지해왔다는 점을 감안,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경선효과도 지켜봐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희웅 센터장은 “새누리당 경선 효과는 여권지지층을 상당히 결집하는 효과로 나타나면서 최종 후보의 주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누리당 경선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미현 소장은 “새누리당의 경선레이스는 치열하지 않은 채 무미건조해지면 여론 주목도가 떨어지고, 그렇다고 너무 치열하다보면 상처를 입어 본선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일보가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조사한 여론결과(신뢰수준 95%에 ±3.5%p)에선 박 시장(47.7%)과 정 의원(44.9%)이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김 전 총리(35.5%)와의 가상대결은 박 시장(53.2%)이 상대적으로 여유있는우위를 점했다.
경기지사도 예측불허.. 당내 경선과정 중요
경기지사 선거구도는 여야 모두 기존 출마후보에 새로운 유력주자들이 합류하면서 예측불허의 상태가 됐다. 야권발 정계개편에 따른 후속 영향이 가장 큰 지역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권에서도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4일 교육감직을 사퇴하고 출마 채비를 갖췄다. 야권에서는 김진표·원혜영 의원이 앞서 등판해 3파전이 예상된다.
김미현 소장은 “상대적으로 서울보다는 여권에 다소 유리하다고 봐야한다. 이번 선거에서 확대되는 사전투표도 지지층 연령대 등을 감안할 때 의외로 새누리당에 유리할 수 있다”며 “김상곤 교육감이 얼마나 야권단일후보로서의 파괴력을 가질 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한울 사무국장도 “개혁성 측면에서 남경필 의원이 야권에 밀린다고 보기 어렵다. 경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종찬 이사는 “초박빙”이라고 전망하면서 “안철수 의원의 경기지역 영향력이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 모두 기존에 출마한 후보들과 새롭게 등판한 주자들간 경선과정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윤희웅 센터장은 “여권과 야권 모두 남경필 의원, 김상곤 교육감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경선효과를 토대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찌감치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은 남 의원, 김 교육감의 출마와 맞물려 일제히 공정한 선거 관리를 당 지도부에 당부했다.
인천 역시 야권발 정계개편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지역으로 꼽힌다. 친박(親朴) 실세로 불리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4일 전격 출마를 선언한 것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그만큼 야권통합 이후 수도권 판세를 심상치 않게 본다는 방증인 셈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미 또다른 ‘친박’ 이학재 의원과 안상수 전 시장 등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유정복 장관이 가세하면서 일단 당내 후보진영이 풍부해졌다는 평이다.
복수의 ‘친박’ 후보 등판으로 새누리당이 인천시장 후보군을 놓고 당내경선을 진행할 지는 미지수지만 최종후보를 선정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희웅 센터장은 “기존에 출마한 후보들과 얼마나 시너지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전 시장은 4일 유 장관의 출마와 관련 “새누리당은 이미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고 약속한 만큼 누가 나오든 반드시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며, 신경전을 예고했다.
현역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시장 역시 그간 안철수 의원 측 후보 출마시 예상된 야권지지층 분열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단일후보로 선출될 경우 지지율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 시장의 유력대항마로 꼽히던 황우여 당대표가 불출마한 것에 따른 반사효과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여권의 텃밭.. 좁혀지는 격차
비수도권에서는 부산시장 선거가 최대 관심이다. 부산은 전통적인 새누리당 ‘텃밭’이었다. 그간 선거 때마다 이변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지역민심이 손을 들어준 상대는 일관됐고, 이번 선거에서도 결국은 고정표가 대거 이탈하지 않는 이상 새누리당 이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친박의 서병수 의원과 재선의 소장파 박민식 의원, 이명박정부에서 주일대사를 지낸 권철현 전 의원, 친이계 안경률 전 의원 등이 도전하고 있다.
다만 최근 선거과정에서 여야간 격차가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는 점 또한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 2010년 선거에서는 야권(김정길 후보)이 44.57%를 얻으며 여권(허남식 후보, 55.42%)을 추격한 바 있다.
특히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개인 인지도’를 무기로 여권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점이 최대 변수다. 오 전 장관이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할 경우 여권의 전략도 다소 복잡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센터장은 “영남이라는 지역 특성상 여당후보가 유리한 곳이지만 과거에 비해 여야 후보들의 간극이 좁혀져, 향후 격차가 얼마나 더 좁혀질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한울 사무국장도 “최근 부산지역의 여야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이 과연 당선권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현재 여론조사 결과보다 본선에선 야권에 더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원의 충북 ·제주도 경합
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한 지역 가운데는 중원의 충청이 우선 관심이다. 민주당이 충북과 충남도지사 현역프리미엄을 차지하고 있고, 대전은 새누리당 소속 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자유선진당(선진통일당)과 합당해 보수층 결집을 이룬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인 육영수 여사 고향(충북)으로 지역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격전지로 꼽힌다.
특히 충북지사 선거는 민주당 소속 이시종 현 지사에 맞서 윤진식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배종찬 이사는 “초박빙” 상황이라며 “야권통합으로 이시종 지사가 현역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가운데 새누리당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 후광효과가 얼마나 크냐에 따라 유리해질 수 있는 곳”이라고 내다봤다.
제주 역시 여권에서 원희룡 전 의원의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혼전 양상이다. 특히 제주지역은 여야 대결에 앞서 각각의 진영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최종후보가 선정될 지가 더 관심이다. 제주지사 출마에 줄곧 부정적이던 원 전 의원이 출마쪽으로 기울면서 지난해말 새누리당에 입당한 우근민 현 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야권에서도 민주당 현역인 김우남 의원과 안철수 의원측 인사인 신구범 전 지사간 교통정리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