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교수, "신경영은 임직원 의식까지 개혁한 구조조정"

신경영 성공요인은 적절한 기회포착
혁신적 제품·사업 없으면 미래 불투명
  • 등록 2013-06-23 오전 9:32:12

    수정 2013-06-23 오전 9:46:32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S급 인재’, ‘천재론’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삼성은 조직 스스로 방향성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20일 한국경영학회가 주최한 삼성 신경영 20주년 국제학술대회에 ‘기회선점과 스피드 경영’이라는 주제로 발표자로 나선 장세진 KAIST 교수(사진·53)는 “지난 20년간 신경영 정신 아래 삼성이 발전했지만 이제 창의력과 혁신의 한계에 부딪혔다”며 “새로운 혁신과 창의력의 발굴이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경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기회포착’을 꼽았다. 장 교수는 “1990년대 중반 전자산업 기술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될 때 삼성전자는 신경영 정신을 바탕으로 기술변화의 흐름을 탈 수 있었다”고 삼성의 성공 배경을 진단했다. 그는 “아날로그 시대에는 삼성전자가 일본의 정밀 기계기술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며 “하지만 신경영을 기반으로 디지털로 전환되는 기술변혁기에 제대로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의 미래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삼성을 “애플처럼 혁신적인 제품이나 사업모델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그동안은 애플이나 인텔보다 제품을 더 싸게 잘 만든 것으로 버텼지만 이제 정말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업전략의 수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의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서 장 교수는 “이제 스마트폰은 더이상 혁신제품이 아닌 생필품(commodity)의 개념으로 바뀌었다”며 “삼성전자도 이에 따라 스마트폰 사업에 의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프리미엄 전략도 유연하게 변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레노버나 화웨이 등 중국경쟁업체의 부상과 프리미엄 폰만을 생산하던 애플의 저가 아이폰 출시 등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최근 제2의 신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 회장이 언급한 제2신경영의 모토 ‘품격, 창조, 상생’ 가운데 ‘창조’를 핵심요소로 꼽았다.

장 교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하던 것을 잘하면서도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삼성과 이 회장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인재들의 창의력 육성을 장기적 과제로 꼽는다면 해외의 창의적인 인재를 적극 채용하는 것이 단기적 처방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창조’와 함께 삼성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가치로 ‘국제화’를 꼽았다. 외국인 임직원과 해외 생산공장 및 계열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삼성은 아직 국내 기업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외국인 임직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결국 의사결정은 국내에서 파견된 임원들이 하고 있다”며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외국인 임직원들이 의사결정과정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상생 등과 관련해서는 “기업들도 이제 사회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면서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법률 제·개정과 같은 제도개선보다는 현행법을 엄정하게 집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장세진 KAI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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