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한 육아·출산 관련 박람회장. “신생아 침대 가격이 인터넷에서 본 가격보다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을 건네자 대번 현금결제를 권유한다.
아이 목욕용품을 파는 매장은 더 노골적이다. ‘현금 2만원, 카드 2만 5000원’이라고 가격표를 버젓이 붙여놓았다. 1만원대인 기저귀부터 100만원이 넘는 고가 유모차까지 현금과 카드 결제 가격이 같은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근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육아, 결혼과 관련된 각종 박람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소비자 구미를 당기는 다양한 제품과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박람회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번 박람회 역시 4일간 15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저렴하게 하다 보니 현금과 카드결제 가격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준다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최측 관계자는 “현금 유도나 현금 할인은 안된다고 참가 업체에 안내를 하고 있지만, 업체가 많아 일일이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매출도 파악하기 어렵다. 주최측은 15억~20억원 정도로 예상했지만 박람회를 찾은 방문자마다 두 손 가득히 쇼핑백을 든 모습을 고려하면 15만명이 평균 1만원 정도 쓴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카드와 현금 결제 가격을 달리하는 것은 카드결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조사해보니 카드결제 대신 현금을 내면 할인해주는 경우가 80%였다. (탈세) 개연성이 높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에도 역행하지만, 아직 정부의 관심밖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각종 박람회의 현금 결제 유도 실태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