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트로스 블랙라이너는 트랙터 중에서도 전 세계에 500대만 한정 생산되는 최고급 모델로 가격은 2억500만원이다.
악트로스는 세단으로 치면 벤츠 S클래스이고, 블랙라이너는 그 중에서도 최고급 모델인 S600라고 생각하면 쉽다. 승용차와는 전혀 다른 대형 트럭의 구매조건은 무엇일까. 약 1시간반 동안 트럭에 동승하며 트럭 이야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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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자, 즉 트럭커는 기본적으로 개인사업자다. 초기비용이 2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만만찮은 사업이다. 따라서 경제성이 차종 선택의 첫번째 조건이다. 벤츠 악트로스 블랙라이너 모델은 국내에서 판매 중인 트랙터 가운데 유일한 8기통이다. 배기량 16리터의 8기통 엔진이 최고출력 550마력의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만큼 할 수 있는 일도 다양해진다. 그가 택한 일은 아스팔트의 원액인 ‘아스콘’ 운반이다. 항상 150도 전후의 고온이 유지되는 탱크를 달고 있다. 이 탱크의 가격은 약 6000만원.
연비도 나쁘지 않다. 짐이 없는 공차일 땐 리터당 4.2~4.8㎞, 평균으로 해도 3.6㎞ 이상 나온다. 최대 400리터를 주유하면 한번에 1440㎞를 갈 수 있다. 한번 사면 20~30년은 탈 수 있다. 승용차는 주행거리가 30만㎞를 넘으면 수명이 다했다는 소리를 듣지만 트럭은 그제서야 길이 든다고 한다. 대부분의 트럭은 5년이면 100만㎞를 넘는다. 그만큼 초기 구매비용 이상으로 내구성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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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트로스 블랙라이너는 높이가 4m(3970㎜)에 달한다. 트랙터 자체가 높은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높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2m에 가까운 실내 공간이 펼쳐진다.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를 막는 받침대가 없어 실내가 한층 넓어 보인다. 서서도 편안하게 작업복을 갈아입을 수 있다.
뒤편에는 침대칸도 있다.트럭커는 보통 한번에 7~8시간씩, 240~300시간을 쉬지 않고 일할 때가 종종 있다. 피곤할 땐 잠시 쪽잠을 잔다. 그래서 수익성 이상 중요한 게 편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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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은 승용차보다 안전성이 훨씬 중요하다. 일단 짐을 싣게 되면 급제동할 수 없다. 승용차가 대형차의 특수성을 모른 채 갑자기 끼어들 때 가장 위험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선 왕왕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 내리막길에서의 가속력도 생각하는 이상이다. 또 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무조건 대형사고다.
벤츠 악트로스에는 추돌위험시 차를 세우는 긴급제동장치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장착돼 있다. 또 차선이탈시 운전자에 경고신호를 보내는 차선이탈경보장치도 적용됐다. 이 안전사양은 최근 고급 세단을 중심으로 승용차에도 속속 적용되고 있지만 애초에 이 기술들의 개발 목적은 트럭을 위해서였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승용차와 기능은 같지만 실제 체험 결과 조금 달랐다. 차선이탈시 경보음이 대형트럭답게 묵직했다. 졸고 있었다면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차간거리도 단순한 표식 대신 정확히 00m라고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주형기씨는 최근 이 기능 덕을 톡톡히 봤다. 얼마 전 비 오는날, 한 승용차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어’ 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그는 이미 늦었다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사고는 나지 않았다. 불과 5㎝를 남겨두고 멈춰섰다. 브레이크를 밝기 전 이미 급제동장치가 작동한 덕분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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