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무분규·임금동결` 새 역사 썼다

사상 첫 완전 무분규 실현…11년만에 임금동결안 잠정합의
과거 소모적 협상 탈피…선진 협상문화 기틀 마련
  • 등록 2009-12-22 오전 1:05:57

    수정 2009-12-22 오전 1:05:57

[이데일리 김종수 전설리기자] 그동안 싸우기만 해오던 현대자동차 노사가 모처럼 손을 맞잡았다.
 
지난 87년 결성 이후 현대차 노조가 파업 결의나 찬반투표까지 가지 않고 임금과 단체협상을 타결하기로 잠정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는 경제위기를 감안, 외환위기가 발발했던 지난 98년 이후 11년만에 기본급을 올리지 않는 임금동결에도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현대차(005380) 노사가 과거 무분별한 분규를 지양하고 조합원의 권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예년과 달리 노사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어려운 경제 여건과 자동차시장의 치열한 경쟁 등 경영 환경에 대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임금동결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한 단계 성숙된 노사문화를 구축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속에서 회사발전과 종업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가 합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해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며 "향후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노사가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사상 첫 완전 무분규 달성

현대차 노사는 21일 무분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현대차 노조가 정치파업을 포함해 무분규를 기록한 것은 지난 94년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특히 쟁의발생 결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정안을 도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4월24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6월16일 윤해모 집행부 중도사퇴, 11월17일 교섭재개 등 쉽지 않은 교섭과정을 거쳤지만 단 한 차례의 파업도 없었다.
 
현대차 노조는 87년 노조 결성 이후 거의 매년 파업에 돌입했다. 그로 인해 지난해까지 총 112만대 생산차질, 11조6682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이번 노사 협상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노사가 5개월간 중단된 임단협을 재개하면서 `연내 타결`이라는 공감대와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리 노선의 새로운 집행부도 크게 기여했다. 신임 이경훈 집행부는 올해 임단협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주간연속 2교대제 논의를 내년으로 넘기는데 동의함으로써 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협조했다.
 
◇ 임금동결 합의…고용보장 확약

이번 잠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임금동결과 고용보장 확약서 체결이다.
 
현대차 노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유례없는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임금동결이라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감안, 사상 처음으로 임금동결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불투명한 미래 경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사회적 기조에 부응하자는데 노사가 공감했다는 의미다.

근로자의 최대관심사인 고용보장 요구를 회사가 수용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이번 고용보장 확약을 통해 노사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생산 및 품질향상, 품질경쟁력 강화,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 선진 협상문화 기틀 마련
 
올해 현대차 노사협상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는 `소모적 협상 탈피`다.
 
협상내용, 진척도와 관계 없이 일단 파업수순을 밟아왔던 과거 협상문화를 벗어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협상결렬 선언-쟁의발생 결의-파업찬반투표-파업실시` 등 무조건적인 단체행동으로 회사를 압박하던 종전의 협상 전술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사가 이번 협상을 무분규로 마무리지으면서 노사신뢰와 협력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협상문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무분규 합의는 현대차는 물론 협력업체, 지역경제의 불필요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등 실질적인 소득도 거뒀다.
 
매년 파업으로 인해 실추됐던 대외 신인도 회복과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 무형 소득도 기대된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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