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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파장을 일으킬 통일과 영토에 관한 헌법 개정을 유보하고 인민생활향상과 관련한 ‘경공업법’과 ‘대외경제법’을 채택한 것은 미국 대선 등 대외변수를 지켜보면서 정세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통일문제, 민족문제, 영토문제는 국가와 정권의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로 당위성과 실효성의 괴리 등 검토할 내용이 많아 감정적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수령체제 통치논리에 따르면 헌법 위에 당규약이 있고 그 위에 수령의 ‘교시’가 자리 잡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두 국가 교시’를 내렸기에 헌법 개정 여부와 관계없이 ‘적대적 두 국가관계’와 관련한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창립 60돌을 맞은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연설했다. 김정은은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사는 방법은 우리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독립적인 사회주의 국가’로 살아갈 테니 대한민국이 안전하게 살려면 “때 없이 건드리지 말며”, “‘힘자랑’ 내기 하지 않으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로 의식하지 않고 간섭하지 말고 제 갈길을 가자는 주장인데 그렇게 말하는 근저에는 ‘핵 국가’라는 지위를 내세운 자신감과 체제경쟁의 열등감이 뒤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연설에서 김정은은 헌법 개정과 관련한 언급 없이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우리의 헌법은 우리 군에 엄격한 명령을 내릴 것”이라면서 조건부 대남 핵무력 사용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 주적에서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불변의 주적으로, 미국과 대한민국이 주적이 아니라 전쟁 그 자체가 주적이라고 하는 등 북한의 주적관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대한민국 족속, 괴뢰’를 ‘제1 적대국’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제2 적대국이 되는 문제가 있고 두 국가를 말하면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대한민국 영토를 점령 평정 수복한다’고 했는데 ‘수복’은 두 국가 지향과 맞지 않다. 논리적 모순이 많은 것을 볼 때 최근의 남북관계 상황을 반영한 김정은의 감정적 대응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령체제는 최고지도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지도자의 오판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