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양적성장만…승인 받아도 37%는 정식서비스 못가

[기득권 늪에 빠진 K-스타트업]④
규제샌드박스 4년간 861건 승인, 양적 성장 ‘눈길’
다만 정식서비스 못난 사례 324건, 질적 한계 여전
부처 적극행정 유인요소 부족, 위원회 역할 키워야
  • 등록 2023-03-28 오전 3:10:28

    수정 2023-03-28 오전 3:10:28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혁신 스타트업의 성장에 가장 큰 장애물은 규제다. 기득권과의 갈등 역시 규제가 유지되면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해 스타트업을 막는 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고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질적으론 갈길이 멀다.

27일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총괄과에 따르면 2019년 1월 도입된 규제샌드박스는 올해 2월까지 4년간 총 861건이 승인됐다. 이중 제도 개선을 통해 정식 서비스가 개시된 사례는 537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기준 총 승인 건수 632건, 서비스 개시 건수 361건에 비해 1년 만에 각각 약 200건씩이 늘어난 셈이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규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 적용을 면제 또는 유예하는 제도다. 외형적으로 승인 건수가 늘고 있어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더라도 정식 서비스까지 도달하지 못한 사례가 324건이나 된다. 여전히 37%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이 좌초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실제 지난해 ICT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 뉴코애드윈드는 국내 규제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중동행을 택했다. 이 기업은 배달박스를 통한 영상광고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관련 부처 간 이견으로 결국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실증특례 범위를 확대해주면서 국내 사업을 꾀할 수 있게 됐는데, 여기까지 무려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스타트업 업계에선 규제샌드박스의 신청·승인이 기존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여서 적극 행정이 부족한 점도 있다고 지적한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존 기득권 산업과 신산업 스타트업들이 충돌할 경우 공무원 조직이 적극적으로 행정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며 “우선 규제를 풀어주고 기존 규제에 대한 책임을 부처가 입증하는 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꾸준히 신산업을 창출하는 스타트업 발전과 규제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지난 정부에선 민간 출신이 위원장을 맡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선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기능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 정책 전문가인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은 “정부 부처들은 이해당사자들과 일부 얽히는 부분이 있어 제한이 클 수밖에 없다. 중립적인 위원회들이 정체성을 갖고 강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며 “신산업을 창출하는 스타트업들에는 선제적인 가이드라인과 함께, 기득권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논리 개발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들이나 위원회 차원에서도 규제 개선에 대한 적극 행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규제를 개선해야 해당 공무원에게도 실적이나 혜택이 가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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