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폴더블(접는)폰’이란 용어는 생소했습니다. 스마트폰은 아래위가 기다란 바(Bar) 형태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2022년 폴더블폰은 적어도 한국에선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의 대세가 됐습니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005930)가 매년 하반기 새로운 폴더블폰을 선보이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죠. 폴더블폰은 이제 TV, 영화 등 많은 미디어에 노출되며 더이상 ‘신기한 기기’가 아닌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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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두께 줄이고 적층 최적화
2019년 처음 나온 폴더블폰은 매년 기술적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무엇보다 폴더블폰은 ‘접히는 화면’을 만들기 위한 디스플레이 기술이 핵심으로 꼽힙니다. 폴더블폰은 접는 영역에 가해지는 응력(Stress) 때문에 디스플레이에 파손이 가해질 가능성이 큰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두께를 줄이고 적층 구조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두꺼운 책을 접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얇은 책을 구부릴 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겠죠. 폴더블폰도 두께를 얇게 해야 디스플레이 접힐 때 받는 저항이 낮아집니다.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폴더블폰의 두께를 줄이기 위해 터치센서, 편광판 등 부품을 패널내 내장하는 식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부분은 ‘힌지’(hinge·경첩) 기술입니다.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4·폴드4’도 이 힌지의 두께를 소폭 줄이는 데 성공해 전체적인 제품 크기는 줄이되, 화면 크기는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의아한 점이 있을 겁니다. 바로 접었을 때 2개의 디스플레이 사이의 틈새인데요. 후발주자인 중국 샤오미의 ‘미믹스 폴드2’만 해도 틈이 거의 없는데, 왜 1위 업체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하지 못했을까요.
많은 중국 폴더블폰들은 접었을 때 디스플레이가 힌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일명 ‘물방울 힌지’를 채택하는데, 이 경우엔 2개의 디스플레이간 틈새가 거의 없어집니다. 하지만, 힌지 자체로는 빈틈이 많아집니다. 힌지 사이로 먼지, 이물질 등을 막기 어렵고, 당연히 방수에도 취약해지죠. 삼성전자가 ‘틈새 없애기’를 포기하고 ‘하이드어웨이 힌지’(Hideaway Hinge) 기술로 힌지 자체의 내구성을 키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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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스위퍼’ 기능입니다. 본체와 힌지 사이에 나일론 섬유로 구성된 ‘스위퍼’를 배치해 틈새를 끊임없이 쓸어내 주는 기술인데요. 틈새가 불과 1mm가 채 안 될 정도로 좁아 초정밀 섬유 커팅 기술을 개발해 이를 해결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폴더블폰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 가볍고 튼튼해지길 바랍니다. 다소 역설적인 요구죠. 가볍게 만들려면 부품을 줄이거나 바꿔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제품 자체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때문에 삼성전자의 경우 이번 4세대 폴더블폰에서 또 한 번 힌지 구조에 변화를 주며 해답을 찾았습니다. 기존처럼 서로 맞물리는 기어 부품을 통해 회전하는 힌지 구조가 아닌, 내부 부품이 아래위로 움직이는 직선형 구조로 설계를 바꾼 겁니다.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힌지 크기를 줄이고 더 가벼워지는 결과를 낳은 셈입니다.
디스플레이의 내구성도 키웠는데, 기존처럼 디지타이저(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로 입력하기 위한 장치)와 디스플레이를 보호하는 ‘메탈 레이어’(금속 층)를 제거한 겁니다. 대신 자동차, 항공기 등에 쓰이는 경량 소재 강화섬유 플라스틱을 통해 디지타이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현 세대의 폴더블폰은 제품 자체 내구성을 키우는데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여전히 폴더블폰이 가야 할 길은 멉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많은 기술 진보를 이뤄도 ‘갤럭시Z 폴드4’의 경우 무게를 불과 전작대비 8g 줄이는데 그쳤습니다. 내구성은 만족하더라도 아직은 무겁다는 반응이 많은 만큼, 내구성을 유지하면서 경량화를 이룰 수 있는 또 다른 기술 혁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더불어 가격도 더 200만원(갤럭시 Z폴드 시리즈 기준)보다 훨씬 아래로 떨어지면 금상첨화겠지요. 진정한 폴더블폰의 대중화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