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로드]대하·꽃게, 달콤·담백·고소함을 한번에

충남 태안 '드르니항'
9월부터 11월까지 대하 제철
가을 대하, 살이차고 달콤해
가을엔 살오른 수꽃게가 맛좋아
크기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
  • 등록 2021-10-22 오전 4:30:21

    수정 2021-10-22 오전 4:30:21

충북 태안 드르니항에서 맛볼 수 있는 싱싱한 자연산 대하구이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찬바람이 스며들기 시작할 무렵. 충남 태안의 바닷속 짠 것들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다. 특히 가을에는 전어를 필두로 대하와 꽃게가 이어지고, 날이 더 추워지면 새조개와 굴 등이 든든하게 그 뒤를 따른다. 듣기만 해도 어깨춤이 절로 나는 것들이다.

맛과 영양이 가득한 제철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은 곳은 안면도를 건너기 직전의 작은 항구인 ‘드르니항’. 드르니항은 ‘들르다’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로, 일제강점기 신온항이라고 불리다가 2003년 이후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드르니항은 백사장과 마주보고 있는데, 이 해안을 따라 북쪽을 올라가면 청포대, 달산포, 몽산포까지 이어지는 ‘솔모랫길’이 이어진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가을 햇살을 맞으며 걷기 좋은 길이다.



드르니항은 대하와 꽃게가 유명하다. 드르니항 근처에는 새우 양식장이 있어 싱싱하고 싼 대하를 맛볼 수 있지만, 자연산 대하도 많이 나 찾는 이들이 많다. 대하는 9월부터 11월까지를 제철로 친다. 봄바람 따라 서해의 얕은 바다로 나와 산란을 하고, 다 자란 새우는 남서풍이 불 때 좀 더 깊은 바다로 간다. 이때 잡힌 대하는 살이 차고 달콤한 맛이 난다. 싱싱한 대하는 껍질이 단단하고 투명하며, 반질반질하다. 특히 수염이 몸보다 긴 것이 자연산 대하의 특징이다. 맛이 좋은 만큼 풍부한 단백질을 갖춰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딱이다. 주로 소금구이나 생(生)으로 맛본다. 구워먹으면 고소함이 전해지고, 날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으뜸이다.

충북 태안 드르니항에서 맛볼 수 있는 싱싱한 자연산 대하구이


가을을 대표하는 별미인 꽃게도 빼놓을 수 없다. 봄에는 암꽃게가 그리고 가을에는 산란을 마친 암꽃게보다는 살이 오른 수꽃게가 제격이다. 꽃게는 등이 푸르고 배 부분을 눌렀을 때 딱딱한 게 좋다. 속살 꽉 찬 꽃게는 그저 쪄서 맛보는 것만으로도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미식가들이 빼지 않고 찾는 별미다.

꽃게 가격은 크기에 따라 다르다. 인원수가 많다면 자잘한 놈을 여럿 맛보는 것도 괜찮지만, 무엇보다 꽃게의 맛이 중요하다면 몸체가 큰놈을 추천한다. 가을 꽃게는 11월 중순까지는 찾아야 한다. 지금 요맘때가 가장 맛있다는 말이다.

가을 낙지를 별미로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원북면의 원풍식당에서는 ‘원조 박속밀국낙지탕’을 맛볼 수 있다. 가로림만 갯벌에서 손수 잡은 ‘손낙지’를 박에서 긁어낸 ‘박속’과 함께 넣고 끓여내는데, 여기에 수제비나 칼국수를 끓여 먹으면 속까지 든든해진다.

원풍식당의 원조 박속밀국낙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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