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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2주 연장을 발표한 지난 23일 오후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 찜통더위에도 폐업 점포에서 쏟아져 나온 중고주방기기·가구를 실어나르는 포터 트럭과 인부들이 쉴 새 없이 거리를 오갔다.
이곳에서 16년째 폐업정리업체를 운영하는 한 모씨는 “갑자기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주방기기를 사려고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점포 철거 견적을 문의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가게에서 나온 중고물품도 상태가 좋지 않으면 매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가게 안은 꽉 차 밖으로 삐져나온 대형 냉장고와 오븐, 튀김기 등 물건들은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황학동 주방거리는 서울과 경기 인근에서 폐업한 식당·주점 등에서 나온 중고주방기기들이 새 주인을 맞는 곳이다. 1980년대 이후 국내 외식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고주방기기 업체가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고, 현재는 400여 개 업체가 모여 수도권에서 가장 큰 중고시장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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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름휴가철 성수기를 앞둔 이맘때면 냉장고나 각종 주방용품을 장만하려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는 설명이다.
한 중고가구 업체 대표는 “올 초 카페를 하겠다고 테이블이랑 의자, 집기를 사간 사장이 넉 달 뒤에 다시 팔겠다며 찾아와 눈물을 보인 적도 있다”며 “도와주고 싶은데, 우리도 재고만 쌓이니 값도 제대로 못 쳐줬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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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7∼25일 전국 음식점 주인 105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8.0%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1월 이후 연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대출이 있는 음식점 주인의 평균 대출금액은 약 5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다. 또한 절반이 넘는 57.0%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폐업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영업 영세화 현상도 심화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총 128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만 3000명 줄었다. 이는 2018년 12월부터 31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430만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11만 2000명 늘었다. 고용하던 직원을 내보내고 혼자서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얘기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정부 방역조치에 따른 모든 피해를 떠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특단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폐업 소상공인에 대한 최소한 생계 지원과 함께, 직원을 고용할 경우 대출 상환액을 일부 차감하는 등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