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스펙 좋은 화웨이폰이 반값인데 아이폰을 왜 사요?"

고장 잦은 스마트폰…"적당한 가격으로 자주 교체"
화웨이·오포 등 中업체, 가격 경쟁력에 기술력도 향상
"애플마니아, 신제품보다 리퍼 선호"도 매출 감소 한몫
  • 등록 2019-01-07 오전 1:00:00

    수정 2019-01-07 오전 11:04:15

중국 베이징 산리툰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의 모습[사진=김인경 베이징 특파원]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일부러 안 사는 건 아니고, 제가 쓰기엔 너무 비싸요.”

5일 중국 베이징 싼리툰 애플스토어에서 만난 장민(男, 31·회사원) 씨는 한참동안 애플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XR’을 들었다 놓았다 하다 결국 가게를 나갔다. 그가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폰은 지난 해 중국업체 원플러스(一加)에서 출시한 6T로 3999위안(64만원·256GB 기준)짜리다.

작년 9월 애플이 선보인 아이폰XS 256GB의 가격이 1만99위안(165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그는 “아이폰을 써보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다”면서도 “스마트폰을 잘 잃어버리기도 하고 고장도 많이 내 적당한 가격대 상품을 자주 바꾸는 게 더 나은 것 같아 국산폰을 쓴다”고 말했다.

中 스마트폰, 저가폰 벗어나 기술력 갖추기 시작해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 서신을 보내 “지난해 12월29일로 끝난 1분기(작년 10~12월) 매출이 약 84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애플의 예상치(890억~930억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쿡 CEO는 중국시장의 부진이 실적 전망 하향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애플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애플 특유의 ‘프리미엄’ 전략이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반면 중국폰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성능도 개선돼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아이폰을 구매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통신사 제휴를 통해 24개월이나 30개월 약정으로 스마트폰을 할부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다. 휴대폰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유심 칩을 넣어 사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값을 일시에 내야 하다보니 부담이 크다. 할부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신용카드 할부문화가 정착하지 않아 기간이 짧고 대상도 제한적이다.중국에서 고가 스마트폰이 힘을 못 쓰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가격이 싼 대신 쉽게 고장나고 성능도 형편없던 중국폰이 단기간내 품질을 개선, 다양한 라인업의 스마트폰을 선보이고 있는 것도 애플의 고가폰 전략을 위협하는 요소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의 경우, 2000~3000위안(32만~48만원) 중저가 노바시리즈부터 7500위안대(120만원)대인 고가 스마트폰 메이트20프로(256GB 기준)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있다.

화웨이는 메이트10에서 인공지능(AI) 칩셋을 탑재한데 이어 메이트20에는 트리플카메라를 선보이는 등 제품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미국측 요청으로 캐나다서 체포되는 등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으로 비치고 있는 점도 민족의식을 자극해 중국내 점유율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MP플레이어와 피처폰 제조사에서 중국 스마트폰 2위 업체로 올라선 오포(OPPO)는 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를 사로 잡았다. 카메라 관련 보유 특허만 1100개가 넘는 오포는 50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폰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애플의 아이폰XR을 살펴보는 중국인의 모습[사진=김인경 베이징 특파원]
◇“애플빠는 여전…신제품을 사지 않을 뿐”


2017년 애플은 아이폰8과 8+, 아이폰X을 앞세워 중국시장 점유율을 13.3%로 끌어올리며 판매순위 4위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 스마트폰의 강세에 밀려 2018년엔 다시 점유율이 한자릿수로 내려온 상태다. 그 사이 화웨이와 오포, 비보 중국 3대 스마트폰업체는 점유율을 확대하며 삼성에 이어 아이폰도 밀어내고 있다.

물론 중국에도 ‘애플빠’는 있다. 류위에(女, 25·학생) 씨는 “계속 애플폰만 사용했고 이번에도 새해를 맞아 아이폰 XR이나 XS로 바꿀까 싶다”며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아직 주변에선 그런 움직임은 없다. 친구들도 아이폰을 사면 자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애플빠’들이 모이는 곳은 애플스토어의 신제품 전시장이 아닌, 수리점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새 아이폰을 구매하기보다 구형 아이폰을 리퍼(수리)해 사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심지어 사설업체에서 리퍼를 하면 당연히 애플의 매출로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中關村) 등지에는 허가받지 않은 사설 리퍼 업체들이 즐비하다. 왕카이푸(男, 29세, 자영업) 씨는 “홈 버튼이 있는 제품이 편해서 3년째 아이폰6s를 계속 수리해 쓰고 있다”며 “바꾸더라도 소프트웨어에 익숙한 아이폰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신 아이폰 중에 돈을 더 들여서 사고 싶은 제품은 없다”면서 “주변에도 배터리만 교체하거나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고 구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단위:%, 자료: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