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기회재정부 예산실은 저출산·고령화 정책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저출산과 고령화를 막기 위해 쓴 돈은 각각 80조원, 57조원이다. 출산아 1인당 약 5000만원꼴로, 차라리 아이를 낳으면 직접 돈을 뿌리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올 지경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맬서스의 저주가 한국 사회에 이어진 것 같다. 무덤에 가서 굿이라도 해야할 판이다”고 하기도 했다.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저출산 문제를 1789년 인구 억제를 주장한 ‘인구론’의 저자인 토머스 맬서스 탓으로 돌린 셈이다. 그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적으로 늘어나 결국 식량 부족과 빈곤 문제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빈민가를 더 좁고 더럽게 조성해 전염병이 돌도록 유인하고, 빈곤 구제 노력은 해서는 안 된다는 급진적 주장을 내놓은 학자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못한 채 한국 경제가 지난 60년간 누려온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시대는 마감하고 있다. 인구가 늘면서 노동력이 꾸준히 제공되고, 이들이 소비도 왕성하게 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과 달리 이젠 반대 개념인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노동의 감소, 잠재성장률 갉아먹는 주요 요인
26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를 3704만명(추정)으로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부양해야할 인구가 늘게 되는 것이다. 2018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로 접어들고,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의 은퇴가 시작된다.
한국은 그대로 전철을 밟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이 2011~2015년의 3.1%에서 10년여 뒤인 2026~2030년은 1.8%로 하락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생산성으로 구성되는데 KDI는 노동의 감소를 잠재성장률 갉아먹는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일본과 다른길 가야..적극적 이민정책 펼 때”
전문가들은 기존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일본의 길을 피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해 한국만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방안이 이민 정책이다. 그렇다고 이주민을 무작정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경제적 자립능력이 떨어지는 이주민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전부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양질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관건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타깃을 잡아야할 이민자들은 많지 않지만, 한국으로 유학을 온 저개발국 유학생들이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친 이들에게 한국에 남아 일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와 취업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외국에서 성장하고 활동한 한국 교포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문화적 이질감도 적은데다 언어적 장벽도 낮기 때문이다. 이들을 가로막는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병역제도를 세분화하는 방안이 관건이다.
용어설명 : 인구 오너스(Onus)
생산 가능한 인구(15~64세)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면서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오너스 시기에 진입한 국가는 구조적 소비 부진으로 중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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