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세균 의장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

  • 등록 2016-09-27 오전 6:00:00

    수정 2016-09-27 오전 6:00:00

김재수 농림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마찰이 심각하다. 어제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으나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김빠진 분위기를 드러낸 모습이 상징적이다. 소통과 타협 노력이 사라지면서 ‘반쪽 국감’이 초래된 것이다. 더 나아가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중립 의무를 어기고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며 사퇴를 요구하면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고, 이정현 대표는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정 의장이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정황은 충분히 확인된다. 문제의 녹취록에는 정 의장이 “세월호 아니면 어버이연합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안 내놔. 그러니까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거지”라고 언급한 것으로 돼 있다. 해임건의안이 처리되던 지난 24일 새벽 발언한 내용으로,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마이크로 녹음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치 분위기로는 산적한 문제를 풀어가기 어렵다. 더욱이 대내외 경제 여건이 매우 위중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래서는 곤란하다. 심지어 분기별 경제 성장률이 당분간 1%대에서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처지다. 주요 경제 지표들이 과거 외환위기 시절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서로 합심해도 모자랄 판이다.

이런 판국에 무작정 밀어붙이고 보자는 노동계의 구태도 걱정이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협상과 관련해 어제 전면파업에 돌입함으로써 울산·전주·아산공장의 생산라인이 모두 멈춰 버렸다. 국내 자동차업계가 ‘세계 5위’ 자리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자기 뱃속만 채우겠다는 그릇된 심보다. 여기에 전국 철도·지하철 노조도 오늘 연대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 한다. 지난주에는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시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마저 대치 국면으로 치닫는다면 국가적으로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일단은 정 의장의 사과 표명과 앞으로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는 약속으로 갈등을 해소하길 바란다. 사회적 마찰과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정치권이 국정감사를 표류시키면서까지 파국에 처한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 여야가 서로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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