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린 해외 주요 선사들은 업황이 어려운 지금과 같은 시기를 기회로 삼고 더 경쟁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근 위기에 빠진 한국 해운업이 붕괴될 경우 반사이익을 얻을 유력후보로 꼽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중국 코스코(COSCO) 등 대형 선사들은 우리 선사들의 시장점유율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특히 국내 두 컨테이너선사가 주력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아시아~미주, 아시아~유럽 노선이 주요 타깃이다.
세계 해운업이 불황에 빠져 있지만 여력이 있는 외국 선사들은 초대형 선박과 메가 해운동맹을 앞세워 더 경쟁적인 영업을 예고하고 있다
해운업은 선박을 이용해 원하는 시간에 필요한 장소로 화물을 수송하는 서비스산업으로 국가간 장벽 없이 전세계를 무대로 한다. 바꿔 말하면 국내 선사가 확보하고 있는 시장이 언제든 외국 선사 몫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국적선사들이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게 될 경우 인력과 비용, 운영항로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시장 내 위상은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율협약이 무산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글로벌 해운시장 점유율 2~4위 업체인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중국 코스코(COSCO) 등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수송능력을 키워왔다.
세계 1위 머스크의 수송능력은 2000년 6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서 현재는 305만TEU로 약 5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MSC는 22만TEU에서 267만TEU로, CMA-CGM은 12만TEU에서 180만TEU로 각각 10배 이상 덩치를 키웠다. 시장점유율 역시 덩달아 2~3배 상승했다.
2000년도만 해도 전통의 강자 덴마크 머스크를 제외하면 모두 한진해운보다 수송능력이 작았던 업체였지만 16년만에 국내 해운사들을 훌쩍 뛰어넘는 대형사로 성장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파산 위기까지 몰렸던 CMA-CGM은 프랑스 정부, 채권단과 의기투합해 경영정상화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싱가포르 선사 APL과 NOL을 인수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해운그룹(CSCL)을 인수한 중국 1위 해운사 코스코그룹에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그동안 수송능력을 3~4배 키웠지만 해외 선사들의 성장 속도에는 못미쳤다. 결국 시장 점유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1995년 세계 8위 해운국이던 한국은 2010년 세계 5대 해운강국으로 올라서기도 했지만 이후 장기 불황 여파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면서 지난해 세계 6위로 한단계 하락했다”며 “힘들게 키워온 한국 해운의 위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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