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칼럼] 임금격차와 공정시장의 조건

  • 등록 2016-03-08 오전 3:01:01

    수정 2016-03-08 오전 3:01:01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월평균 501만원이었는데 비해 중소기업 근로자는 311만원으로 나타나 대기업 대비 62%에 머물렀다. 일부에서는 이런 격차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과 수익성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97년 경제위기 이전에는 80%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금격차가 이렇게 크다보니 청년들이 한정된 대기업 일자리만 두들기고 중소기업은 외면한다. 이러다 보니 청년실업은 더욱 악화되고 중소기업은 인재부족으로 생산성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기업규모간 격차만이 아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도 커 그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특히 업무상 큰 차이가 없는데 사람 값어치만 차이를 두는 것 역시 또 다른 차별요인이다.

미국에서는 남녀간 임금차별을 하다가 제소되는 기업들이 간혹 있지만 이 경우에도 하는 일이 분명하기에 차별여부를 판정하기 쉽다. 즉 임금이 시장에서 공정하게 인정받는 기준은 사람 특성과 관계없이 하고 있는 업무라는 점이다.

미국보다 임금격차가 적은 유럽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파견직간 임금차별이 없는 점도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는 사람 능력을 기준으로 임금수준을 노사간 협약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독일이 그 대표적인 나라이며 임금공정성을 이같이 확보하니 인재가 중소기업에도 퍼져 이른바 ‘히든 챔피언’ 중소기업들이 독일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간 주요 정당들이 격차 해소와 공정시장을 담은 선거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공정한 노동시장을 움직이는 근본 원리인 하는 일 중심의 직무급 논리보다는 시장 약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두고 그들 최저임금을 올리고 임금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강화하는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사업자들이 이를 수용해야 하는 명백한 이유, 임금차별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임금결정과 격차발생과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경직적인 호봉급 인상이나 과도한 인센티브를 줄이고 직무, 능력, 성과에 따른 임금이 공정한 잣대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소기업, 비정규직, 청년, 고령자, 경력단절여성들이 쉽게 일자리를 찾고 그 일자리를 통해 더 나은 일자리로 상향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개별 기업들이 이런 임금체계 혁신을 주도할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물론 많다. 대기업은 노조 반대가 많고 중소기업들은 경영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도와줄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노동부가 시장 임금정보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확산시키고 공공건설 현장에서 적정임금 수준을 제시해 업체간 인건비 하락경쟁을 예방한다. 노사간 산업별 협의가 취약한 한국 입장에서 공정한 노동시장과 임금차별 축소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손잡고 공공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미국식 공정시장 정책을 강화하고 유럽처럼 노사간 합의에 의해 불완전한 시장을 보완하는 질적인 향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임금 공정성이 낮더라도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생겼기 때문에 불만을 누를 수 있었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가 한정된 지금은 노동시장에서 공정한 임금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이에 대한 현명한 대응방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격차가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다. 누군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할 게 아니라 모두 분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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