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롤러코스터' 환율]②"긴장의 연속"…0.1초를 사는 외환딜러

점심 때도 딜링룸서 시장과 사투 벌이는 외환딜러
가장 중요한 거시지표인 환율 결정하는 '대표 선수'
  • 등록 2016-03-04 오전 5:00:20

    수정 2016-03-04 오전 5:00:20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 29일 오전 9시10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2층 딜링룸. 대기업 A사 재무라인과 연결된 핫라인 전화기(딜링폰)가 울렸다. 이내 기업담당 딜러는 “50 보트(bought)”라고 외쳤다. A사가 수출대금으로 들러온 달러화를 원화로 바꿔달라고 은행에 요청한 것이다. 부품업체 결제 등을 위해서 많이 바꾼다고 한다.

딜링룸에 있던 한 딜러는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포스코(005490) 등 대부분의 주요 대기업들과 핫라인이 연결돼 있다”고 귀띔했다.

마치 큰 칠판처럼 펼쳐진 8대의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원·달러 담당 은행간 딜러는 곧 “4.3”이라고 소리쳤다. 시세가 달러당 1244.3원에 형성대 있다는 뜻이다. 둘은 이어 “던(done)”이라고 함께 말했다. 은행은 기업의 50만달러를 받고, 반대로 6억2000여만원(50만달러x1243.3원)을 내주는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이런 식의 거래가 매순간마다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점심 때도 딜링룸서 시장과 사투 벌이는 외환딜러

외환딜러는 “0.1초를 사는 사람”이다. 눈 앞의 주문 전용 플랫폼 모니터, 로이터 같은 외환정보 모니터 등을 응시하면서, 순간순간 핫라인 딜링폰을 받고 또 8대의 모니터가 다 연결된 키패드로 주문을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외환파생상품운용부 한 딜러는 “키패드 누르는 시간을 놓쳐 거래가 안 되기도 한다”고 했다.

장이 열리는 오전 9시~오후 3시는 말그대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이다. 외환시장은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다. 그래서 특히 원·달러 담당 딜러들은 점심도 대부분 딜링룸 안에서 먹는다. 한 딜러는 “질리지 않도록 도시락 짜장면 햄버거 등 날마다 메뉴를 바꾼다”고 했다. 보통 직장인들이 여유롭게 점심을 즐길 시간, 딜러들은 모니터 앞에 밥그릇 하나 올려놓고 시장과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장이 끝난다고 일이 없는 게 아니다. 뉴욕 런던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주요 외환시장은 시차를 두고 쉬지 않고 열린다. 은행 영업부서에 있다가 2년째 유로화 등 이종통화를 담당하는 한 딜러는 “밤 늦게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거래를 하기도 한다”면서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라고 했다.

딜러들은 주로 ‘동물적 감각’에 의존한다. 거시경제 지표를 잘 분석하는 것보다 시장흐름을 읽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을 즐겨야 하는 게 딜러들의 숙명이다.

2000년대 때 10년가량 딜러를 했던 한 금융권 인사의 말이다. “딜링룸을 ‘전자레인지’라고 표현했어요. 외환시장이 누구는 돈을 따면 누구는 잃는 완전한 제로섬 게임이어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지요. 돈 딴 딜러는 좋아서 한 잔 하고 돈 잃은 딜러는 우울해서 한 잔 한다고 했을 정도니깐요.”

가장 중요한 거시지표인 환율 결정하는 ‘대표 선수’

외환딜러는 환율 시세를 결정하는 ‘대표 선수’다. 개인 혹은 기업은 외환을 사고 팔려면 반드시 은행을 거쳐야 한다. 개인끼리 거래하면 현행법 위반이다. 주식처럼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글로벌 환율전쟁’ 표현이 있을 정도로 이미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1130~114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현재 100원가량 오른 건 딜러들이 끊임없는 거래로 이 가격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시장에 풀리는 달러화는 수출업체들의 대금, 외국인 투자자금 등이다. 달러화를 거둬가는 주체는 수입업체들의 대금, 해외 여행비, 유학비 등이다. 당장 거시 지표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부터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요인들까지 다양한 것이다.

복수의 딜러들은 “올 들어 환율이 가파르게 올랐다”고 했다. 3~4개월새 100원 안팎 올랐으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다수의 선물회사 연구원들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중국발(發) 쇼크 외에 국제유가 하락, 유럽은행 건전성 악화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이고 있어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경제 전체적으로 봐도 환율이 과도하게 올라 이익을 보는 집단이 있다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집단도 있게 마련”이라면서 “딜러들이 만드는 변동성이 과도하면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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