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름값 얘기에 몸서리치는 정유업계

  • 등록 2014-09-26 오전 6:00:00

    수정 2014-09-26 오전 7:59:35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기름값 얘기는 하지 맙시다.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픕니다.”

정제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정유업계 관계자들의 스트레스가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은 2분기 정유 부문에서 150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다. 원유를 공들여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었지만 남는 것 하나 없이 막대한 손해만 입은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유 4사 중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3개사는 올 상반기 모두 영업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오일뱅크 역시 상대적으로 나은 것이지 만족스러운 실적은 아니다.

정유사들은 이 같은 상황도 알아주지 않고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소비자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최근 휘발유 값이 수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서울 지역의 평균 판매가격이 ℓ당 1800원대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제품 가격 하락폭이 유가 하락분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못마땅해 한다.

이 같은 오해는 국제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이 없는 국내 정유사들이 세계 시장 시세를 쫓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 그리고 소비자들이 최종 구매하는 석유제품 가격의 절반을 세금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데서 시작된다.

1997년 국내 석유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정유업계는 2001년부터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제품 시장 가격 흐름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이는 경제학 논리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 휘발유가 17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면서 국내에 1600원에 팔 이유는 없다. 반대로 1800원에 팔 수도 없다. 1700원 짜리 수입석유가 국내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석유제품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이 만들어낸 착시효과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석유공사는 지난주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ℓ당 1814.6원) 가운데 세금이 50.2%(910.9원)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특정 기간 유가가 10% 하락했다면 기름값은 5% 정도 내리는 것이 정상적인 셈법인 것이다.

소비자를 대변하는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조차 현재의 전국 기름값이 예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알아주길 정유업계는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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