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파업과 미국의 투자유치 '당근'

  • 등록 2013-08-26 오전 7:00:00

    수정 2013-08-26 오전 7:00:00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다이모스가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시에 3500만 달러(약 400억 원)를 투자해 350명을 고용하는 부품 공장을 짓기로 한 사실은 노사관계 경직 등 갈수록 악화되는 국내 기업환경 때문에 국내 기업이 밖으로 눈을 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시에는 2009년 기아차가 연산 3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이웃한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에는 현대차가 2005년 같은 규모의 공장을 지었다. 현재 현대?기아차가 두 주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6300명이며, 동반 진출한 부품 협력사들을 합하면 현지 고용 규모는 2만 명이 넘는다. 두 주는 현대·기아차의 생산 시설을 추가 유치하려고 경합하고 있다. 며칠 전 조지아 주지사가 정몽구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오는 10월에는 앨라배마 주지사도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미국 각 주의 외국기업 유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기업이 대규모 생산시설을 설치할 낌새가 보이면 이들 시설을 유치하려고 각 주는 총력전에 돌입한다. 세금 우대는 기본이고 보조금 지급, 사회기반시설 제공, 수출?자금 지원에서 근로자 훈련 지원까지 가능한 모든 유인책을 제시하면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파나소닉은 북미 본사를 뉴저지주 뉴어크로 옮기면서 1억 달러 이상(일자리 하나 당 12만 5000달러)의 각종 혜택을 받았고, 일렉트로룩스는 테네시 주 멤피스에 새 시설을 설치하면서 1억 8000만 달러(일자리 하나 당 15만달러)의 세금을 감면 받았다. 벤츠는 앨라배마 주 밴스에 진출하는 대가로 2억 5000만 달러(일자리 하나 당 16만 5000달러)의 각종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런 엄청난 인센티브에 대해 과도하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각 주는 당장의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위해 기업 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

자동화의 진전, 정보기술의 발달등으로 오늘날 지구촌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한정된 일자리를 서로 차지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가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미국 내 투자 확대 소식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맞물리면서 우리에게 일자리 창출에 앞서 일자리 지키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현대차 노조는 명분없는 파업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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