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취임전 “한은도 정부다”라고 말한 것은 오늘날까지도 그의 발목을 잡는다. 김 총재가 취임하기 3개월전인 2010년 1월부터 시작되긴 했지만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와 맞물려 한은 독립성 훼손의 대표적 사건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그의 이같은 인식은 당시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던 한은과 기준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예가 소비자물가가 5.3%까지 치솟던 2011년 8월 이후 열린 9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당시 김 총재는 “결코 어제 또 지난달에 오른 인플레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고 과거 오른 것에 따라가지고 금리를 대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예측이 빗나간 점에 대한 단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아울러 기준금리 역시 2010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다섯 번의 인상과 지난해 7월과 10월 두 번에 걸친 인하가 있었지만 정부 눈치보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0년 11월 한은 내부에서조차 “이명박(MB)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여겨지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마무리되는 마당에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을 용인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었다. 그리고 실제 그해 11월 추가 인상이 단행됐다. 이듬해 1월 인상 역시 MB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영향을 받았다는게 정설이다. 금리인하로 돌아선 지난해 7월도 김 총재가 청와대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일명 서별관회의) 참석 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반면 공도 있다. 김 총재는 취임초부터 “글로벌 한은”을 외치며 스스로 앞장섰다. 재임 3년간 그의 해외 출장횟수는 총 57회, 출장일수는 총 271일이다. 단순계산으로도 재임기간 중 4분의 1을 해외출장으로 보낸 셈이다. 지난해 한은 국정감사에서 부부동반 출장 등이 이슈가 되며 논란을 겪기도 했지만 그의 해외출장은 성과가 크다. 주요 국제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국제흐름을 놓치지 않았고,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김 총재를 만나면 “Hi! 중수”라고 인사하며 먼저 다가와 담소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국제회의에서 새로운 아젠다(agenda)를 제시, 국제논의를 주도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금융안정망’ ‘글로벌유동성’ ‘국제금융규제개혁’ 등이다. 글로벌금융안정망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재원을 확충 현실화됐다.
이후에도 김 총재의 4월 기준금리 동결 시사발언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에는 국고10년물 금리가 2.73%를 기록, 7일물 환매조건부채권 매매금리를 기초로 하는 기준금리(2.75%)를 밑돌았다. 이미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이 정부정책에 발맞춰 4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면 ‘한은도 정부’를 외쳤던 김 총재에 대한 인식에 굳히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간 그가 해왔던 발언은 또 무엇인가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반면 금리를 동결한다면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정부로부터 안이한 판단이라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4년차에 들어선 김 총재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