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부활 모락모락‥재벌 지배구조 어떻게 바뀌나

한화그룹, 대한생명 지분 매각 불가피 '직격탄'
SKC&C와 SK(주) 합병..한진은 지주사체제 전환 가능성
  • 등록 2012-02-21 오전 7:31:02

    수정 2012-02-20 오후 6:12:50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이하 출총제)가 실제로 부활하면, 국내 주요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한화그룹은 출총제가 현실화되면 대한생명 지분을 일부 매각해야 할 처지다. SK그룹과 한진그룹도 계열사 간 합병이나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경제개혁연구소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에 대한 실효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대 그룹에 대해 순자산의 40%까지 출자 한도를 두는' 출총제를 도입할 경우, SK그룹과 한화그룹, 한진그룹이 출자규모를 해소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순자산의 40%를 넘어선 출자규모가 2조4010억원이었고, 한화그룹과 한진그룹은 각각 2조651억원, 1조5662억원이었다. 출총제가 도입되면 이들 그룹은 계열사에 대한 초과 출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 국내 주요 그룹 출자현황(적용 제외 및 예외조항 무시) 및 출자여력(단위:억원·%, 자료:경제개혁연구소)


SK그룹의 경우 대부분 계열사가 출총제 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 지주회사 체계 내에 있지만, SK C&C(034730)의 계열사 출자 규모는 한도 40%를 넘는다. SK C&C의 한도 초과액은 2조4816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적으로 SK그룹 지주회사인 SK(003600)(주)에 대한 지분 때문이다.

SK C&C의 SK(주) 지분은 지배주주인 최태원 SK 회장이 SK그룹을 지배하는 핵심 연결고리다. 따라서 최 회장이 SK C&C가 보유한 SK(주)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가능성은 없다. 출총제가 도입되면 SK그룹은 SK C&C를 SK(주)와 합병해 지주회사가 되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출총제 도입으로 가장 타격을 받게 될 그룹은 한화다.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이 모두 40% 출자 한도를 초과한 상태다. 특히 한화(000880)와 한화건설이 보유한 대한생명(088350) 지분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화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대한생명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출총제가 도입되면 한화는 대한생명 일부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한진에너지도 40% 출자 한도를 넘는다. 한도 초과분은 총 1조7156억원 규모다.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S-Oil(010950) 지분 때문이다. 한진에너지는 S-Oil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대한항공도 한진에너지 지분 보유로 출총제한을 초과해 있다.

다른 계열사가 S-Oil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없다면, 한진그룹은 S-Oil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밖에 없다. 다만 대한항공(003490)을 지주회사로 하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면 출총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출총제 한도를 25%로 더 강화하고 대상그룹을 20대 그룹으로 확대하면, 현대중공업그룹, 현대그룹, LS그룹, 동부그룹, STX그룹, 부영그룹 등도 출자해소 그룹에 포함된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출총제가 부활하면 한도를 넘어선 기업들은 합병이나 지수회사 전환 등으로 초과 출자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한화 등 일부 그룹의 경우 초과분 해소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총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1986년 처음 도입됐다. 계열사에 출자하는 총액을 순자산의 일정 비율로 제한해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자는 취지였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폐지됐다가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부터 다시 부활했다. 이후 예외조항이 많아지는 등 점차 완화되다가 2009년 다시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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