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희 ‘김창열 선생’(사진=가나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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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화가가 그린 화가다. 한 화가는 이원희(65). 그의 이름에는 ‘초상화의 대가’란 별칭이 붙는다. 외양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표현력은 물론 속마음까지 꿰뜷을 만큼 묘사가 깊고 섬세하다. 한 화가는 김창열(1929∼2021). 그의 이름에는 ‘물방울 화가’란 별칭이 붙는다. 50여년 물방울 하나에 세상의 모양, 물방울 하나에 세상의 이치를 다 담아냈던 그였다.
그린 화가가 늘 그래왔듯 작품명은 대상에 대한 경의까지 얹은 ‘김창열 선생’(2021)이다. 오마주한 작품이 맞을 거다. 물방울을 배경으로 앉은 김 화백의 초상은 외양의 닮음보다 고뇌의 닮음이 더 진하다. 작품은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에 걸릴 예정이라는데.
30여년간 작가가 그린 인물들을 굳이 꼽자면 김영삼·박근혜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비롯해 역대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기업회장이 줄줄이다. 옛 시대였다면 ‘어진화사’란 직함이 따랐을 거란 얘기들을 한다. 그렇다고 고위직만 선호하진 않았다. 문화계 인사도 즐겨 그려 배우 ‘고두심 씨’(2014), 건축가 ‘승효상’(2014)도 그 화면에 들었다.
“찰나를 기억해 표현하려면 보는 사람의 직관력이 중요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보이는 ‘비슷함’보다 보이지 않는 성격·태도를 포착하는 게 더 중요해서란다. 그래서 작업 전 대상과 많은 대화를 한단다. 화가의 시선은 붓끝에만 있지 않나 보다.
내년 1월 12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가나부산서 여는 개인전 ‘이원희가 그린 초상’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91×91㎝. 작가 소장. 가나부산 제공.
| 이원희 ‘고두심 씨’(2014), 캔버스에 오일, 50×60.6㎝(사진=가나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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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희 ‘승효상’(2014), 캔버스에 오일, 50×65.1㎝(사진=가나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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