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청년 취업자는 18만명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고용 착시’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증가한 취업자 중 3분의 2가량이 60세 이상이었으며 전체 청년 취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임시직과 일용직이기 때문이다.
"취업난 여전해...알바가 취업인가" 볼멘소리
통계 수치상 취업자 수는 큰 폭으로 늘었지만 청년들의 취업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60세 이상은 46만9000명이 증가했지만 20대에서는 13만 2000명이 늘었다. 30대와 40대에서는 각각 9만 8000명, 1만 2000명이 감소했다.
또 전체 실업률은 4.0%로 전년동월대비 0.2% 하락했지만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오히려 전년동월대비 0.7% 상승해 10.0%를 기록했다.
청년들 사이에선 고용한파가 여전한 셈이다. 이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선 정부의 발표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업 준비를 이어가고 있는 김민석(27·남)씨는 “현실에선 알바(아르바이트)자리 하나 구하기 어려운데 취업자가 증가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며 “정부가 고령층이 대부분인 취업자 증가에 낙관할 것이 아니라 청년층의 실업률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임모(26·여)씨 또한 아직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해 졸업을 유예했다. 각종 자격증과 대외활동 경험은 물론 어학을 비롯한 취업에 필요한 스펙들은 부족함 없이 갖춘 임씨지만 취업이 늦어지고 있어 최근 또 다른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임씨는 “정부는 취업자가 증가했다고 하지만 사실 구직 상황이 나아졌는지는 딱히 느끼지 못했다”며 “단순 숫자만 가지고 말장난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 취업자는 383만 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 9000명 늘었다. 다만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이들 가운데 임시직 근로자가 작년 동월 대비 12만 5000명 증가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통계청 분류에 따르면 임시직 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근로자로, 아르바이트 자리도 임시직에 포함된다. 즉 지난달 증가한 청년 취업자 가운데 상당수는 임시직 아르바이트였던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 인턴활동을 하고 있는 안예은(27세·여)씨는 “올해는 꼭 정규직으로 취업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 인턴이라도 하는 중”이라며 “인턴을 하고 있어도 취업 준비는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취업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계약 기간이 정해져있는데 취업자가 아닌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단기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까지 취업자로 집계하면 이들이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땐 취업률이 다시 낮아지는 것이냐”며 “취업자 통계를 이런 식으로 잡아 좋은 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눈 낮출 만큼 낮춰...배부른 소리 아냐"
일각에서는 청년 실업의 원인을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기대치에서 찾기도 한다. 중소기업은 오히려 직원을 구하지 못해 울상인데 청년들이 대기업과 공공기관만 바라본다는 논리다.
하지만 청년들은 “얼마나 더 눈을 낮춰야 하냐”고 한목소리로 토로했다.
이준수(28세·남)씨는 “각자 원하는 바에 맞는 스펙들을 쌓아왔을 텐데 무작정 눈을 낮춰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을 보면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눈을 낮춰야 하는 거냐고 되묻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업무량에 맞는 보수도 챙겨주지 않는 곳에서 열정만 갖고 일할 순 없는 것 아니냐"라며 "적어도 성장 가능성이 있어야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참고 다닐 수 있을 텐데 중소기업 중에는 그렇지 않은 회사가 대부분이라 그런 부분만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씨는 “요행을 바라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력에 맞는 대가를 받고 싶은 건데 결과가 좋지 않아 매번 기준치치를 낮추게 된다”며 “가끔은 '뭐하러 이렇게 노력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씁쓸해했다.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올해 신입직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1115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취업 의향'을 조사한 결과에 비춰봐도 10명 중 7명은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2.1%가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중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은 67.2%가, 대학원을 졸업한 취준생은 56.6%가 중소기업 취업 의사를 밝혔다.
실제 입사지원기업 형태 별로 봐도 대기업, 혹은 공기업을 목표로 취업활동을 하고 있는 취준생 각각 58.4%, 54.4%가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즉 상당수의 취준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다.
"민간 일자리 지원 확대해야"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치상 (고용 상황이) 좋아보여도 실제 고용사정은 굉장히 어렵다면 정책은 성공한 게 아니다”라며 “(통계 수치와 실제 고용사정이) 같이 가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미진한 느낌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숫자와 현실의 괴리가 심하면 청년 입장에서는 본인의 상황을 더 안 좋게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공공부문 보다는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단기 일자리 중 공공일자리가 많은데 단순 업무만 반복하는 아르바이트·인턴 자리는 청년들의 경험에도 도움이 되질 않고 실제로 청년들이 원하는 게 아닐 수 있다”며 “일자리를 갑자기 만드는게 쉽지는 않지만 이왕 지원할거면 청년들의 경험에도 도움이 되고 경제 전체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생산성 있는 민간 일자리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없었던) 2년 전과 비교해봐도 일자리 상황은 나아진게 없다”며 “단기 공공 일자리나 아르바이트는 일자리가 아니다. 청년들은 정규직을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청년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는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는 국내에서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정책의 큰 방향을 완전히 틀어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