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없는데 다쳐도 참아라" 부상 소방관 10명 중 6명 '공상제도 불만'

2011~2014년 요통 공상신청 227명 대상 호서대 설문조사
"소방직 특수성 몰이해·육안 식별 힘든 질환은 불승인" 51%
"공상 신청자 익명성 보장·절차 간소화 필요" 61%
"안전처, 예방 노력 부실" 75%..전문가 "공상제도 바꿔야"
  • 등록 2015-11-17 오전 5:00:00

    수정 2015-11-17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사고현장에 출동했다가 부상을 입은 소방관 10명 중 6명이 현행 공무상 상해(공상)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도 참고 자비로 치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이데일리가 2011~2014년 7월까지 요통으로 공상 신청한 소방직 공무원 227명 전원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한 연구보고서(호서대 윤장원 교수)를 입수한 결과 응답자(96명) 중 58명(60.4%)이 ‘공상 판정절차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공상 판정은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에서 실시하고, 이의가 제기되면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서 재심의를 한다. 소방 공무원의 공상신청 사유 중 가장 많은 질환이 요통이다.

응답자들(78명)은 공상 판정과정에서 △행정직과 다른 소방직 특수성을 고려하고(25명, 32.1%) △요통처럼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운 질환 등에 대한 공상인정 범위을 확대하며(15명, 19.2%) △공상처리 과정을 신속(7명, 9.0%)하게 하는 등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들은 공상 신청절차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59명) 중에서 ‘공상 접수자의 익명성 확보’(19명, 32.2%), ‘공상절차 간소화’(17명, 28.8%)를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로 꼽았다. ‘접수자 익명성’이 1순위로 꼽힌 것은 공상신청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인사상 불이익(근무평정·성과상여금 등)이나 소방서 평가에 악영향을 줄 우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인접 지역인데도 지자체에 따라 공상 신청 건수가 많게는 4배 이상이나 차이가 났다. 2013년 근골격계 질환 관련 공상신청자 중에서 전북소방본부는 17명인 반면 전남소방본부는 4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윤 교수는 “전남소방본부 등은 공상신청을 기피하는 조직 문화가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 결과 공상신청 절차를 잘 모르거나 관서 평가에 눈치를 보는 이유 등으로 다쳐도 자비로 치료하는 소방 공무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청웅 전남소방본부장은 “공상 신청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은 전혀 없다”며 “전남은 농어촌 지역이 많아 대규모 화재가 적어 부상을 입을 확률이 낮고 그동안 안전관리도 충실히 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부처에 대한 책임론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 97명 중 73명(75.3%)이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이 대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전혀 노력을 안 했다’는 응답도 16.5%(16명)에 달했다. 지자체 한 구급대원(소방교)은 “장비·인력 확충도 안 되는 상황이다 보니 현장대원들의 각종 질환에 대한 대비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소방 공무원 직업 자체에 대해 자긍심이 높은 현장 대원들”이라며 “열심히 일해서 30~40대에 아프게 됐는데 업무연관성이 없는 퇴행성 질환이라며 불승인하는 현행 공상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전처,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달까지 소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윤장원 호서대 물리치료학과 교수가 2011~2014년 7월까지 요통으로 공무상요양승인신청을 한 소방직 공무원 227명 전원을 대상으로 현행 공상 제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10명 중 6명이 불만족 입장을 밝혔다.(출처=윤장원 교수)
공상 신청한 소방 공무원들은 공상 신청자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익명성을 보장하고, 공상 신청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출처=윤장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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