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 벌떼의 '역습'..119 피해신고 한달새 4만건

벌떼 피해 사상자 작년 한해 1만4280명
8월에만 벌에 쏘여 3명 죽고 1064명 다쳐
안전처 "폭염 마른장마로 벌떼 주택가 출몰"
전문가 "외래종 말벌로 피해 확산..대책 마련해야"
  • 등록 2015-09-08 오전 5:00:00

    수정 2015-09-08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지난 3일 경기도 양주시 S 골프장 인근 야산에서 A씨(여·62)가 119에 벌에 쏘여 어지럽다고 신고했다. 119대원들은 야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A씨는 결국 숨졌다. A씨는 도토리를 따다가 벌집을 건드렸다.

벌떼가 기승을 부려 전국이 비상이다. 지난달에만 벌떼로 인한 119 피해 신고가 4만 건에 달했고 벌에 쏘여 사망자가 잇따랐다. 추석 성묘철을 맞아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보이지만 안전당국은 속수무책이다.

7일 국민안전처(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벌떼가 출몰했다며 벌집 등을 제거해달라는 119 신고가 3만 9636건(이하 전국 집계)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도 매일 1300건 이상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벌떼 피해 신고는 9719건에 그쳤다.

벌떼 관련 신고는 2009년 4만 6476건에서 지난해 11만 7534건으로 250%나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접수된 신고만 6만 7708건에 달해 예년 수준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경기도가 1만 5578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원(6495건), 경남(4820건), 서울(3327건) 순으로 나타났다. 벌떼 출몰 지역 90% 이상은 주택가였다.

벌떼로 인한 사상자도 2011년 7287명에서 지난해 1만 4280명으로 3년 새 두배나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2013년 사이에 벌에 쏘여 사망한 사건은 벌독 알레르기로 인한 기도 수축, 호흡 곤란, 저혈압 등으로 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는 지난달에만 벌에 쏘여 3명이 숨지고 1064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부는 벌떼로 인한 신고·피해가 급증한 주요 원인을 고온다습한 기후 탓으로 보고 있다. 안전처 119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최근 폭염과 마른장마로 먹이가 부족해 벌떼가 먹이를 찾아 주택가까지 출몰한 것”이라며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는 벌의 유충이 빨리 성장하고, 도심에선 벌의 천적인 새가 많지 않은 점도 벌떼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태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주택가를 습격하는 벌떼가 급증한 원인은 환경훼손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문보 경북대 계통진화유전체학 연구소 박사는 “산림이 훼손되면서 서식지를 잃은 말벌이 도심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아열대 지역에서 건너온 외래종 ‘등검은 말벌’이 인명피해, 양봉가 타격, 생태계 교란 등 온갖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등검은 말벌은 벌집 하나당 2000~3000마리씩 번식할 정도로 토종 말벌보다 2~3배 가량 번식력이 뛰어나다. 최근 부산·대구 등 영남지역에서 출몰하는 말벌 중 60~90%가 등검은 말벌이었고 매년 번식지가 북상 중이다. 등검은 말벌은 도심에서 음식물 쓰레기, 꿀벌, 파리류를 먹이삼아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최 박사는 “프랑스, 영국, 일본 등지에서는 벌떼로 인한 경제·생태적 피해를 우려해 대책 마련에 나섰는데 우리나라는 부처에서 심각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벌집을 퇴치하는 사후 조치만으로는 벌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벌떼가 출몰했다며 벌집 등을 제거해달라는 신고가 2009년 4만 6476건에서 지난 해 11만 7534건으로 250%나 급증했다. 폭염이 심했던 올해도 8월까지 6만 7708건이 신고돼 이런 추세라면 예년보다 급증할 전망이다(출처=국민안전처).
(출처=국민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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