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당판 ‘제3의 길’을 선언했다.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것”이라는 기치부터 일단 참신하다.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보수를 혁신해서 새로운 정치의 지평을 열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균형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언급이 눈길을 끈다. 앞으로 새누리당의 정책이 대기업 편향 노선에서 벗어나 서민과 중산층 위주로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집권 여당이면서도 기득권 중심의 분파적 시각에 머물렀던 데 대한 자기반성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양극화 해소’를 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한 데서도 그러한 의지가 읽혀진다.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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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선언에 대해 한편으로 기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가 교차한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내년 총선과 2017년의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의식한 야당과의 ‘슬로건 경쟁’이 아니냐 하는 게 그 하나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경제·안보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우측 행보’를 이어가는 데 대한 반사작용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없는 캐치프레이즈라면 국민을 실망시킬 뿐이다.
설령 진정성을 담고 있다고 해도 이런 의지가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내부에서 얼마나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관련해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그동안의 정책 기조로 미뤄 복지정책의 큰 틀이 당장 바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최경환 경제팀과의 노선 마찰만 불거진 셈이다.
유 대표가 제시한 방향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에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반대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현실의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상론만 앞세울 경우 결과적으로 혼란만 자초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유 대표 자신이 여당을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로서의 막중한 위치에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