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년]조선이나 지금이나 4색 당파…‘통합·공존·소통 리더십’ 절실

‘친박 vs 친이’ ‘친노 vs 비노’…같은 당에서도 사분오열
이념 아닌 정책 대결하고 여야·당청 수평적 소통을
  • 등록 2015-01-01 오전 3:00:00

    수정 2015-01-01 오전 9:51:17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광복 70주년을 맞는 2015년(을미년)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인 이른바 을미사변 120주기이기도 하다. 이 사건은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등 혼란한 시기를 거치며 개화파와 수구파 간 당쟁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구한말 당파싸움은 조선 숙종 때 이후 ‘사색당파’의 절정을 이뤘으며 결국 망국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간은 벌써 100여 년이 지났지만 당쟁은 아직 진행형이다. 새해에도 여야의 대치 국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미 새해 벽두부터 △공무원연금 개혁 △자원외교 국정조사 △4대강 비리 의혹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 규명 등 쟁점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예고한 상태다. 집권 3년 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줄기차게 외쳤던 ‘통합’이 무색할 정도다.

일각에서는 일제 침략을 목전에 두고 벌어진 ‘구한말 당쟁 데자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세의 침탈 각축장이었던 100여 년 전과 미·중·러·일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양상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녹록치 않은 대내외 상황에 대응키 위해서라도 새해 정치권에 필요한 리더십으로 ‘통합과 공존, 소통’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색당파’서 ‘친박-비박, 친노-비노’까지

지난해 ‘세월호 참사’는 정치권이 총체적 무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국민 3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국가적 재난사태에서 정치권은 서로 ‘네 탓 공방’과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며 무의미한 정쟁만 벌이다 결국 150여 일 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급기야 성난 국민은 국회 해산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질책했다. 정치불신이 극에 달했는데도 여당은 여전히 ‘원칙론’을 고수했고 야당은 계파 간 세력 다툼에 원내대표 탈당 소동까지 벌였다.

과거 민생과 국익을 외면한 당쟁 사례는 ‘임진왜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동인과 서인에서 각각 1명씩 선발해 일본으로 통신사를 보냈지만 돌아온 통신사는 당파에 따라 말이 엇갈렸다. 정치권도 양분돼 갈등과 반목을 거듭했다. 결국 전쟁이 벌어지면서 전 국토의 3분의 1이 폐허가 됐고 참화에 떠밀린 수십만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당파의 피해를 국민이 뒤집어쓴 셈이다. 이후 조선은 동인과 서인은 물론 노론·소론·남인·북인의 사색당파 시대로 접어들어 사화와 환국을 겪고 이런 흐름은 광복 후 찬탁-반탁, 보수-진보 등 현대 정치사로 이어졌다. 현재도 여당은 친박-비박으로, 야당은 친노-비노로 갈려 있다.

‘통합·공존·소통 리더십’ 절실

현실정치가 불신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국민과 국가 발전의 최대 장애요소로 꼽히기도 한다. 보수는 진보를 섬멸의 대상으로, 진보는 보수를 타도 대상으로 보는 등 상대를 국정파트너가 아닌 적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야 모두 해묵은 이념 갈등이나 편가르기식 정치에서 벗어나 정책 대결을 통한 솔루션(해법)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의 요구는 통합이었다”며 “여야 모두 힘을 합쳐 시너지 창출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여야의 협력과 경쟁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탕평인사도 상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새해 정치권에 ‘공존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그는 “박 대통령 집권 2년간 불신과 불통, 폐쇄주의가 정치권 갈등을 증폭시켰다”며 “여당은 힘으로만 제압하려 하지 말고 야당도 장외투쟁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야당은 여당에 발목잡기 형태를 반복하는 것도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소통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여야는 물론 당·청간에도 ‘말뿐인 소통’이 아니라 수평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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