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위기 상황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업들도 있다. SK하이닉스(000660)와 LG디스플레이(034220)는 실적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SK C&C(034730)와 아모레퍼시픽(090430), LG생활건강(051900) 등도 ‘어닝 서프라이즈급’ 활약을 펼치며 국내 증시의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이들 기업은 기초체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사업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삼성·SK, 반도체로 체면치레
올해 실적 측면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기업은 단연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내리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의미하는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4분기에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은 무난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업황 호조와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체질 개선 노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력을 높여 왔다. D램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낸드플래시도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3차원 V낸드 개발에 성공하는 등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SK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SK C&C도 반도체 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SK C&C는 IT서비스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모듈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성공하면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중 해외 비중이 처음으로 15%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와 30% 이상 감소하는 굴욕을 겪고 있지만, 그나마 반도체 실적 호조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 여전히 매력적인 중국 시장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7%대로 둔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 사업 기회는 많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의 UHD(초고화질) 패널 소비국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공정 단계와 전력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올해 초부터 이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공급한 이후 실적이 급증하고 있다. 3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28.2%로 삼성과의 격차를 10%포인트 이상으로 벌리며 1위인 대만 이노룩스(32.8%)를 위협하고 있다. 어떻게든 중국 시장을 뚫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빚어낸 성과다.
국내 화장품 산업을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까지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중국에서 길을 찾았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해 유럽 브랜드와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주력했고 현재 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후’ 브랜드는 중국에서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했으며 아모레퍼시픽도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 M&A로 약점 커버하고 새 성장동력 확보
성공적인 M&A는 약점을 보완하고 기존 사업구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올해 실적 고공행진을 벌인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략적 M&A에 주력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미국 바이올린메모리의 낸드플래시 솔루션 부문(PCIe 카드 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벨라루스 소재 소프텍의 펌웨어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최근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D램 중심의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다.
SK C&C도 지난해 말 홍콩의 ISD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모듈 사업에 뛰어든 것이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 연결 실적에 포함되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2일 CNP 코스메틱스(차앤박 화장품)의 지분 86%를 542억원에 인수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 시장을 선점하고,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글로벌 코슈메슈티컬 시장은 35조원 규모에 달하지만 국내 업체의 비중이 낮아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사업이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을 필요가 있다”며 “해외 기업이 선도한 혁신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하는 상황에 직면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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