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지난 3일 STX조선해양의 새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문에 이 같은 문구를 넣었다. 새 대표 이사를 추천하는 이유로 ‘STX조선해양의 조기 경영정상화’를 꼽긴 했지만, 강 회장 역시 약속한 게 있으니 채권단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후 강 회장은 본인의 ‘사임’에 한 표를 던지며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반면 ‘약속’을 강조하던 산업은행은 결과적으로 ‘약속’을 어긴 모양새가 됐다. 홍기택 회장은 지난 7월24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강 회장의 거취에 대해 묻자 “강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는 채권단이 공동으로 결정할 문제지만 STX그룹을 설립했고 여러 사업에 관여했기 때문에 그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STX(011810)그룹의 부실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뒤 STX 주가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STX 관계자 말 하나하나가 주가에 영향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강 회장이 STX조선해양 회장직에서 내려온 다음날인 10일 이 회사의 주식은 7% 가까이 급등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STX그룹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재무구조 등 기업의 현재 모습이 아닌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STX의 미래를 결정할 채권단의 ‘경영 정상화 방안’과 이에 따른 STX의 대응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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