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노원구 상계동의 한 임대아파트 15층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차모씨(31)의 소식을 들은 한 로스쿨 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차씨는 올해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차상위계층 특별전형 장학생으로 입학해 지난 1학기 등록금을 전액 면제받았지만, 2학기에 성적 미달로 등록금을 전액 납부한 뒤 괴로워하다 이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에서 자살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과 올해 2월, 서울대 로스쿨에서도 재학생 자살 사건이 발생해 이목을 끌었지만, 당시 서울대는 교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었다.
학업성적 혹은 그에 따른 경제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한 로스쿨 재학생들의 자살 사건은 사실 몇 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로스쿨이 도입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학점이나 취업 등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이 점점 과중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다고 치부해버릴 만한 내용은 아닌 듯 하다.
◇ 재학생들 "과잉경쟁·무관심이 자살 불러" 그동안 자살한 로스쿨 재학생들이 유서를 남기거나 특별한 징후를 보이지 않아 자살 이유는 명확히 밝힐 수 없었다. 따라서 로스쿨에만 책임을 돌릴 수 없고, 로스쿨이 자살의 직접적인 이유인지도 알 수 없었다. 서울대에서 지난해 5월 자살한 정모씨(23)의 경우는 법대 졸업 후 곧바로 로스쿨에 우선선발 대상으로 입학했고, 가정 형편이 좋진 않았지만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었다.
서울대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인 C군은 "두 번의 자살사건에서 유서도 없었고, 징후도 안보였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알순 없지만 300~450명 정도에 불과한 집단에서 자살자가 두 명이나 발생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2기, 3기로 내려갈 수록 학생간 긴장도가 높아지고 분위기가 현저히 안좋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학, 심리상담 프로그램 강화 외엔 대안없나
잇따른 자살사건과 학생간 분위기 악화 등에 대해 각 학교에선 부랴부랴 대안을 마련했지만, 로스쿨 설치인가 조건 중 하나였던 `교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정도에 그친다.
서울대는 현재 법과대 전체를 대상으로 전문상담사가 진행하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이화여대는 본래 유료였던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무료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고려대는 로스쿨 지도교수 1인당 특정 인원을 배정해 모두에게 일대일 멘토링을 실시하고, 학업과 관련해 학생이나 선배들, 법조인들과 연결해주는 튜터링을 원하는 학생에 한해 실시하고 있다. 원하면 고려대 병원 정신과 의사나 대학 본부에서 배정한 전문상담사와 연결해주기도 한다.
성균관대는 전북대 차모씨 자살 이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내년부터 건강과 관련한 특강을 마련하는 등 상담센터를 보강,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균관대는 앞서 지난 7월 학생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량이 너무 많다`, `좋은 평점평균을 맞아야 하는 동시에 변호사 시험을 준비해야 해 스트레스가 높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