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와 박 후보는 16일 밤 KBS가 주최한 'TV 토론회'에서 서로에게 가시돋힌 독설을 쏟아냈다. 이들은 최근 핵심 이슈로 떠오른 이 후보의 맏형 이상은씨의 '도곡동 땅' 실소유 논란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지만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후보 도덕성보다는 정책 검증에 주력하겠다던 양측의 약속이 무색할 정도였다.
◇ 朴 "직접 차린 회사가 1년만에 망해" vs 李 "역시 네거티브"
박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 전 시장은 기업인 경력을 내세워 경제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데 현대그룹을 그만 둔 이후 본인이 직접 차린 회사는 1년만에 망했다"면서 "더욱이 많은 투자자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주가조작 사건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역시 네거티브다"라고 응수했다. 그는 "지금 말씀하신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제가 만든 것은 LKe뱅크인데 설립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시켰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가 다시 "삼성생명.심텍이 BBK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것은 이 후보가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사실 관계를 잘 알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적어준 걸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고 비켜갔다.
◇ 李 "이인제와 연대 도모했다" vs 朴 "실제로 연대는 안해"
이 후보는 박 후보의 한나라당 탈당 이력을 집중 공격했다.
박 후보는 "지금도 이념이 다르지 않은 사람과 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당시 이인제 후보와 이념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을 수 있지만 구체적으로 실천된 바는 없다"고 응수했다.
박 후보는 작심한 듯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다. 지도자는 높은 수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말"이라며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법을 지켜라, 위장전입을 해 놓고 위장전입을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냐"고 이 후보에 직격탄을 날렸다.
◇ 李 "위장전입, 제대로 공부시키고 싶어서"
이 후보는 "벌써 세번째 묻고 있다"면서도 "어렸을 때 초중고를 정상적으로 다닐 수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해, 아이 하나만은 제대로 공부시키자는 생각으로 (위장 전입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당시 해외로 열심히 다니면서 일을 할 때로 공직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국민들에게 여러번 사과했다"고 실토했다.
이 후보는 "한해 세금을 2억원 가까이 내는데 몇 만원 아낄려고 (건강보험료를) 편법으로 했겠냐"며 "같은 당이니깐 잘 알아보고 하셨으면 한다"고 응수했다.
◇ 李 "줄푸세, 나도 있다" vs 朴 "대운하 빼면 시체"
경제 정책에서도 날선 공방들이 오갔다.
박 후보는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대운하 건설 정책에 대해 "이 후보의 경제정책은 운하에서 시작해 운하에서 끝난다. (대운하는) 안되는 게 없는 만병통치약"이라며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한다 안한다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만약 대운하가 안되면 무엇으로 경제를 살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민간자본이 참여해도 이익이 난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한다고 할 때도 (내가) 청계천 복원을 할 때도 많은 사람이 반대했지만 국가 100년 대계 사업은 국민 반대가 있어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서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는 "국민을 반드시 설득시켜 국가 100년을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바로 세우기) 공약을 문제삼았다. 이 후보는 "세금 줄이고 규제를 풀고 기초질서를 바로세우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있냐. 제 공약에도 있지만 이름만 안 붙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사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면서도 "나는 줄푸세를 가다듬어 실행 방향까지 마련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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