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비장애인 장벽 허물고…수어 통역·장면 해설까지

[장애인과 하나 되는 공연계]②
장애예술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 가보니
장애인 접근성에 초첨 맞춰 공간 구성
250석 규모 공연장, 휠체어석 대거 완비
장애예술인, 창작 갈증 해소의 장으로
  • 등록 2023-11-06 오전 5:43:00

    수정 2023-11-06 오전 5:43: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계는 2010년대 중반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일에 앞장서 왔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이 대표적이다. 자막, 수어 통역, 장면 해설 등을 도입해 장애인 관객도 비장애인 관객과 똑같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립극단, 두산아트센터 등 공공 단체는 물론 민간 극단들도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에 앞장서고 있다.

국립극장 무장애 공연 ‘합★체’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배리어프리 공연 제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단체가 바로 국립극장이다. 국립극장은 2020년부터 ‘동행, 장벽 없는 극장 만들기’ 사업을 시작해 배리어프리 공연을 매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국립극장 공연기획팀의 이재금 책임 PD는 “국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 사회적인 가치 실현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모든 포용성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라며 “보다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고 차별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무장애 공연(배리어프리 공연)을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리어프리 공연은 단순히 장애인 관객과 비장애인 관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뛰어넘어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국립극장 ‘소리극 옥이’에 출연했던 시각장애인 배우 전인옥은 “배리어프리 공연이 늘어날수록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편견을 줄이는 데는 충분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관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국립극장에 따르면 올해 선보인 배리어프리 공연은 90% 이상의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6월 선보인 ‘우리 읍내’의 경우 전석 매진에 가까운 98.1%의 객석 점유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공연한 연극 ‘틴에이지 딕’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하지성은 장애인 최초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장애인을 인위적으로 포장하지 않고 진솔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국립극장 무장애 공연 연극 ‘틴에이지 딕’에서 리처드 글로스터, 바라바 벅 버킹엄 역을 각각 맡은 배우 하지성(왼쪽), 조우리. (사진=국립극장)
국립극장이 지난 9월 선보인 ‘합★체’에는 배리어프리 공연의 진화를 보여줬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존 배리어프리 공연은 수어 통역사가 무대 한구석에 덩그러니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합★체’는 수어 통역사들도 배우들과 함께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춤추고 노래했다. 수어 그 자체를 공연의 요소로 활용해 장벽이 없는 무대를 선사했다. 라디오 DJ 역할의 배우가 장면 해설까지 겸하며 색다른 재미를 전했다.

일반인 배우들에게도 배리어프리 공연은 새로운 자극이 된다. ‘합★체’에 출연한 뮤지컬배우 홍준기는 “수어 통역사와 함께 연기해야 해서 동선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지만,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면서 뿌듯함이 컸다”고 말했다. 뮤지컬배우 강은일은 “보기 좋고, 듣기 좋고, 재미만 있다면 ‘배리어프리’ 공연도 충분히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립극장은 오는 12월에는 헬렌 켈러의 삶을 그린 음악극 ‘나는 재미있는 낙타예요’를 무장애 공연으로 초연한다. 이재금 PD는 “대사, 수어, 촉지화(수화에서 한글 자모음이나 알파벳, 숫자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방법) 등을 활용해 장애·비장애의 장벽을 넘어 ‘마음의 장벽’까지 허무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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