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정보전쟁]①미래권력 '해킹'

검열반대 사이버 시위부터 대테러정보 감청까지
네트워크시대 '쥐락펴락'.. 국정원도 해킹SW 구입
  • 등록 2015-07-27 오전 4:00:00

    수정 2015-07-27 오전 11:23:0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남의 전산망에 불법으로 침입해 파괴를 일삼는 ‘해커(hacker)’들이 미래 권력화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는 주로 학생들이 호기심이나 영웅심으로 범죄를 저질렀지만, 2000년대에 들어 대형화·조직화되는 모양새다.

1996년카이스트(KAIST)와 포스텍(POSTECH) 해킹 동아리들은 상대 학교의 전산망을 해킹했다. 국내에 인터넷 보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을 당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실력 겨루기에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구속됐지만 실형은 면했다. 일부는 IT업계에서 잘나가는 대표이사(CEO)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운동단체를 표방하는 글로벌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출현하고(2003년), 북한 소행의 대규모 해킹 공격이 확인되면서(7.7 디도스 공격, 2009년) 상황은 바뀌기 시작했다.

어나니머스는 미국 외교 극비 정보를 배포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면서 위키리크스의 금융 활동을 차단한 마스터카드·비자카드를 공격했고(2010년), 북한의 대남 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계정 1만5천여 개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2013년).

지난 3월에는 보안업체 대표가 10억 원을 받고 시중 은행을 공격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30 여개국 90여 곳의 정보기관이 이탈리아의 스파이웨어 제작업체 해킹팀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2015년).

해킹이 사이버 검열·감시를 반대하는 인터넷 행동주의(Hacktivism), 관련 기술을 사고 파는 블랙마켓, 정보기관의 대테러정보전용 감청 수단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해커 묵시록의 저자이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희원 씨는 “해커는 프로그램을 배우고 실력을 겨루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범죄를 일삼는 블랙해커(크래커, cracker)들과 구분이 돼야 한다”면서도, “미국에서는 성매매나 도박 사이트를 해킹해준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블랙마켓까지 활성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전 인도 청년이 드론 해킹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등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큰 문제”라면서 “모든 게 네트워킹화되는 미래에는 해킹은 새로운 권력이다. 서둘러 해킹 기술을 가진 인재를 키워서 KISA 등 국가기관에 취업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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