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파문 대해부]유통업계도 직격탄..'건강기능식품 못 팔아'

홈쇼핑 피해 극심, 손해 배상에 판매 중단 '이중고'
  • 등록 2015-06-29 오전 3:00:00

    수정 2015-06-29 오전 3:00:00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로 건강보조식품 제조업체뿐 아니라 유통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중에서도 백수오 제품을 주로 판매한 홈쇼핑 업체의 타격은 컸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건강기능식품 판매가 조금 회복되고 있으나 가짜 백수오 사태로 수천억원대 피해보상을 하는 등 홍역을 치른 홈쇼핑은 건강기능식품의 판매 시간 편성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28일 온라인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건강기능식품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급증했다. 한 달 전에 비해서도 3% 증가했다.

특히 최근 천연 항생제로 각광 받고 있는 프로폴리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1% 판매가 폭증했다. 제품 공급이 부족해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어린이와 청소년용 비타민도 전년대비 126% 판매가 늘었다. 아이들에 대한 메르스 감염에 대한 우려감이 면력역을 높여주는 어린이용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5월 초 어버이날과 어린이날 수요가 집중됐던 홍삼과 어린이 건강식품의 판매는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일부 감소했다.

옥션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개인 위생과 면역력 강화와 관련된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프로폴리스, 비타민, 홍삼 등의 건강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을 위한 건강식품도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홈쇼핑업계는 건강기능식품의 부활이 남의 집 얘기다. 가짜 백수오 파동을 겪은 홈쇼핑 회사들은 건강기능식품 판매 급증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대부분의 홈쇼핑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사실상 접은 상태다.

다른 판매채널과 달리 홈쇼핑은 제품을 선별해서 판매하는 ‘큐레이션’ 기능이 강하다. 이 때문에 판매된 제품의 품질에 대해 홈쇼핑에 함께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가짜 백수오 논란의 불똥이 홈쇼핑에 직격탄이 됐던 이유다.

A 홈쇼핑 관계자는 “가짜 백수오 사태 이후 건강기능식품은 함부로 손을 못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완전히 검증된 제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은 당분간 홈쇼핑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B 홈쇼핑 관계자도 “단순히 상품을 중개판매하는 온라인몰과 달리 홈쇼핑은 상품 판매에 깊이 관여해 책임이 크다”며 “백수오 환불 등 남은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재개하기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홈쇼핑업체들은 검찰이 가짜 백수오 논란을 일으킨 백수오 원료 공급 업체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기존 환불정책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검찰은 내츄럴엔도텍 측이 원재료 납품 검사 시스템 문제로 재배지에서 이엽우피소가 섞여 들어오는 걸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지만 고의로 이엽우피소를 섞거나, 묵인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홈쇼핑 업계 일각에서는 ‘제조사는 책임이 없는데, 판매사만 책임을 지게 됐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홈쇼핑 관계자는 “고객과의 약속차원에서 고객과 약속한 환불은 계속 이행할 예정”이라며 “차후 건강기능식품 판매시 더 높은 수준의 검증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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