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006280), 일양약품(007570) 등 독감백신 업체들이 올 하반기 공급을 대비해 본격적인 생산에 착수했다. 통상 독감백신은 9·10월 공급을 목표로 3·4월께 생산이 시작된다. 5월부터 출하 제품에 대한 식약처 승인을 받고 가을부터 판매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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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4가 독감백신을 국내 최초로 출시한다. 4가 백신은 한번의 주사로 4가지 독감바이러스 면역력을 확보하는 제품이다
지금까지 국내 유통되는 독감백신은 3가지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3가 백신이다.
일반적으로 3가 독감백신으로도 충분한 면역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독감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대유행 등에 대비하기 위해 4가 독감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추세다.
4가백신이 3가백신보다 예방 범위가 확대된 진보된 백신인 셈이다. 녹십자, SK케미칼, 일양약품 등 국내업체들도 현재 4가 백신을 개발 중이다.
SK케미칼(006120)은 처음으로 자체개발한 독감백신으로 올 가을 데뷔전을 치른다. SK케미칼의 독감백신은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한 제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세포배양 백신은 유정란이 아닌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백신을 생산한다. 기존에 국내에서 사용 중인 독감백신은 모두 유정란에 독감 바이러스를 주입해 만드는데, 유정란 백신은 확보한 유정란의 양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거나 조류 독감과 같은 외부 오염이 발생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세포배양 백신은 단기간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외부 오염에도 안전해 긴급 상황을 대비한 차세대 백신으로 평가받는다.
일양약품도 올해는 ‘다크호스’로 떠오를 태세다. 지난 2011년 녹십자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유정란 독감백신 공장을 준공한 일양약품은 지난 2년 동안 약 200만도즈(1도즈=1회 접종량)를 생산하며 예열을 마쳤다.
일양약품은 지난해 일부 제품에서 부적합이 발견되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최근 백신 생산본부장을 새롭게 선임하고 올해 백신 시장을 잔뜩 벼르고 있다.
업계 1위 녹십자 입장에서는 수성하기에 버거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은 셈이다. 국내 독감백신 시장은 지난 2009년 녹십자가 백신 개발을 완료한 이후 점유율 50% 가량을 차지하며 독주해왔다.
녹십자 측은 “2009년 이후 수천만도즈를 판매하면서 독감백신 생산 기술력이 축적됐고 안전성도 입증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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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012년에는 수요량보다 월등히 많은 2160만도즈가 유통되면서 공급단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덤핑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올해 제약사들이 공급량을 크게 늘릴 경우 소비자들 입장에선 저렴한 가격에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다양한 제품의 등장으로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벌써부터 과열 경쟁에 따른 시장 난립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