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수수료 노려 더 많이 배정"..의심받는 주관사

주관사 자율결정..평가항목은 있지만 기준은 '비밀'
수수료 영향 배제 못해..외국인 배만 불린 대어 공모
  • 등록 2014-12-29 오전 3:00:05

    수정 2014-12-29 오전 7:51:50

[이데일리 권소현 박수익 기자] 삼성SDS와 제일모직 공모주 배정 과정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심지어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특혜 의혹까지 제기된 것은 배정기준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공모주 배정은 주관사 권한인데다 배정 결과를 공개할 의무도 없다. 때문에 삼성SDS 공모청약에서는 국민연금에 공모주를 뭉텅 배정해줬다는 소문이 돌았고, 제일모직 때에는 외국인에게 절반을 몰아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해당 주관사들은 자율이라는 이유로 사실관계 여부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수수료 때문에 특정 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몰아줬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는데다 의무보유 확약을 제시하지 않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단기 차익실현 기회를 제공해 외국인 배만 불려준 꼴이라는 분석이다.

◇배정기준·물량은 주관사만 아는 영업기밀

삼성SDS(018260)제일모직(028260) 공모주 투자설명서에는 주관사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후 참여자의 질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율적으로 배정한다고 기재돼 있다. 발행사와는 무관하게 주관사가 결정하는 사항이다. 질적인 평가요소로는 공모가격 제시 여부, 의무보유확약 여부, 운용규모, 투자성향, 공모참여실적, 매매성향, 자기자본 규모 등을 꼽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항목에 가중치를 어느 정도 두고 평가하는지 전혀 알 방법이 없다. 해당 증권사들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배정기준은 물론이고 배정내역 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주관사들이 공모주를 배정할 때 주요 기관투자자를 우대하거나 아예 물량을 몰아준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가운데 해외 기관투자자의 경우 배정물량의 1%를 수수료로 챙길 수 있으니 주관사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상장 첫날 거래 마감 후 외국인 보유주식과 당일 순매도 규모로 추론해보면 삼성SDS는 158만주, 제일모직은 719만주 정도를 상장 전에 보유하고 있었다. 공모 전 외국인 지분이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삼성SDS와 제일모직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에 43%, 50%를 공모주로 배정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주관 증권사가 받는 수수료는 각각 30억원, 38억원에 달한다. 이는 발행사로부터 받는 인수수수료 외에 덤으로 챙길 수 있는 과외수익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공모주 청약 수없이 들어가 봤지만 삼성SDS와 제일모직만큼 물량을 예상보다 적게 받았던 적은 없었다”며 “물증은 없지만 수수료가 외국인 투자자 배정물량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주관사는 전혀 관계 없다는 입장이다. 제일모직 상장 주관사인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는 실무 차원에서 좀 더 손이 가는데다 주관사가 좋은 기업을 소개해주는 댓가 차원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이라며 “수수료를 받는다고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

◇상장 직후 매물폭탄.…주가 출렁 부작용

외국인들이 이렇게 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 대거 매도하면서 문제의식은 더 커졌다. 삼성SDS는 상장 당일 외국인이 84만5500주를 순매도했고, 제일모직도 첫날 426만6000주를 순매도하면서 매물 폭탄을 던졌다. 이 때문에 장중 상승과 하락을 오가면서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삼성SDS는 매도공세가 이틀에 그쳤지만 제일모직은 상장 후 나흘 연속 매도에 나섰다. 매도우위 기간 동안 공모가와 평균 주가로 계산해보면 삼성SDS의 경우 외국인이 첫 이틀간 108만주를 매도하면서 1544억원 수익을 실현했고, 제일모직은 나흘동안 551만4000주를 내다팔아 4235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이 때문에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해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고 공모주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한 물량배정은 국부유출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관 “수수료 낼 수 있다”…형평성 문제 제기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번 삼성SDS와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을 겪으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수수료를 낼 의향이 충분히 있었다고 성토한다.

청약에 참가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 주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수수료를 내고라도 공모주를 더 확보할 수 있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물론 공모주 투자가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에게만 수수료를 받았던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내와 해외 투자자 간 차별을 없애고 공모주 배정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문제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O는 좋은 주식을 싸게 공급하자는 취지고 기본적으로 30% 정도 할인해서 공급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수료 보다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국내 기관투자자에게는 아직 익숙지 않지만 그렇게 가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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