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료 기자가 취재진 앞의 검정색 그랜저 승용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난 12일 저녁 김포공항 인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 앞. 대한항공 임직원과 취재진 80여명이 만든 동그란 포토라인 중심에 몇 시간째 시동만 걸어놓고 정차 중인 자동차 한 대가 있었다.
이날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실에서 ‘땅콩 리턴’ 사태 조사를 받은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귀가하면서 탈 차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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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당초 저녁 7시를 전후해 마친다는 것이 밤 10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돌고 눈발까지 날리는 강추위 속에 발만 동동 구르는 와중에도 차는 시동을 끄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이 언제 밖으로 나올지 모르니 차내 난방 장치를 꺼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 취재진 앞에 나타난 것은 밤 10시 30분 무렵이었다. 불과 1m 옆에서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몇 마디 남긴 그는 도열한 대한항공 직원들을 뒤로 한 채 대기하고 있던 차를 타고 자리를 떴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대한항공 회사 소유의 차량이 4시간 동안이나 히터를 켜놓고 공회전하며 그를 기다린 ‘과잉 충성’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경영상의 이유’라며 다시 회사로 복귀하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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