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간주한다면 철강은 가장 근간이 되는 소위 산업의 `쌀`로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먹이사슬 격인 철강업계의 최근 인식은 위기감 그 자체다.
최근 철강업계 인사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위기`다. 과거에도 가격인상 시점만 되면 종종 나오는 말이었지만 이번만은 `진짜`라고 입을 모은다.
전기료와 철광석 등 원재료 값이 계속 오르는데 반해, 철강을 가장 많이 쓰는 조선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과 일본 철강제품이 끝없이 밀려 들어오니 그렇다. 중국철강협회에서 연말 중국 철강생산 능력은 9억 톤에 달하는 데 반해 수요량은 2억2000만 톤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외부적 요인이야 어쩔 수 없다해도 철강업계 내부에도 또 하나의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업계에서는 일본과 중국 산 철강제품의 덤핑 판매 정황을 파악하고 열연과 냉연 등 각 제품군 별로 반덤핑 제소 등의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그러면서도 철강 대기업들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가격 인상 혹은 할인률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업계 관계자는 열연을 생산하는 대형 철강업체에서는 아직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형 철강업계에서는 중소 가공·유통 회사들이 당장의 이익을 위해 수입산을 선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수십년 간 쌓아온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진다면 다른 쪽도 무너진다는 점은 상식에 가깝다.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모두가 살려면 작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철강산업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뜻을 모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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