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식은 오후 2시. 오전 8시50분쯤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문의했다. 삼성 측은 난처해 하면서도, 사업장에 들어오는 것 자체는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약 10분 뒤, 다시 삼성디스플레이 홍보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개인적인 일이 생겨 기흥사업장으로 가야 한다. 탕정사업장에는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 언론을 담당하는 부서가 모두 이동하는 일이 갑자기 생겼다고 했다.
기자는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출범식보다 더 중요한 일정을 쉽게 짐작할 수 없었다. 출범식은 비공개 행사라니 그렇다 치고, 탕정사업장에 들어갈 수도 없다는 설명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재차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단지 "들어갈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삼성 측은 기자의 방문을 막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보통 외부인까지 초청하는 출범식 행사를 왜 굳이 비공개로 진행하는지 이유에 대해서도, 사업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삼성은 특별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는 탕정사업장으로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분위기라도 느낄 수 있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지난해 3월 공정위 조사 공무원 5명이 휴대폰 유통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급습했을 때도 삼성은 "사전 약속을 하지 않으면 담당자가 나와야 출입이 허용된다"며 출입을 막았다. 이렇게 시간을 끄는 사이 직원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대부분 자리를 피했다.
공정위의 조사방해에 대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진노했다고 한다. 김순택 삼성 부회장도 "정도를 걷는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서 "외부로부터 존경받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이날 삼성은 취재를 막는 데에 더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것이라곤 삼성디스플레이의 출범식 행사를 진행했다는 보도자료 한장이 전부였다.
사태가 터질 때 서둘러 사과하고 진화에 나서는 등 삼성 내부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도 삼성은 숨기고 싶은 것이 더 많은 모양이다. 삼성이 좀더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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