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내 정체성 찾았어요"

SK C&C에 근무하는 고려인3세 김발렌틴씨
  • 등록 2012-03-16 오전 10:14:20

    수정 2012-03-15 오후 5:49:34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어렸을 땐 한국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한국에서 일하며 지내는 걸 보면 신기한 생각이 들때도 있어요."

아이돌 그룹 멤버처럼 곱상하게 생긴 청년의 말투와 분위기에서 독특한 느낌을 받는다. 흔히 볼 수 있는 혀 꼬인 발음의 미주교포와는 또 다르다. 그가 나고 자란 곳의 낯선 기운이 그에게 스며들어 독특한 아우라를 내뿜는 것일까.

IT서비스 기업 SK C&C(034730)의 텔레콤솔루션 사업부서에서 근무하는 김발렌틴 사원(Kim Valentine·26)은 멀리 우즈베키스탄의 타슈겐트에서 왔다.



그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젊어서 러시아 연해주에 살았다. 스탈린 정권의 대숙청 서슬이 퍼렇던 1937년 조부모는 연해주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됐고 여느 `까레이스키`(고려인)들처럼 이역만리에 뿌리를 내렸다.   고려인 2세 부모님 아래서 태어난 김씨는 러시아어로 사고하는 우즈베키스탄인이지만 영락없는 한국 핏줄이다.

"할머니께서 어려서부터 `너는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 말씀이 지금 한국에서 살게 되는 일종의 계시였던 것 같습니다."

김씨는 중학생 때 우연히 한국 유학생 선발 시험에 통과해, 2003년 현지 학생들과 함께 한국으로 유학 온다. 경기기계공고에 진학해 낯선 한국 생활을 시작한 그는 관심 있던 컴퓨터를 공부하기 위해 서울과학기술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한다.

"한국 생활 처음에는 대인관계부터 모든 것이 생소했죠. 그러나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며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역사와 현대사 모두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남동생도 일찍 유학와 지금은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전공을 살려 그는 2010년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들어가기 쉽지 않은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SK C&C에서 회사가 수주한 IT 프로젝트에 참여해 IT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요새는 회사가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는 모바일 커머스용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관련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한국에서 IT 전문가로 성공해 정착하는 것이 꿈이에요. 회사가 해외 시장 진출을 활발히 하고 있는데, 장차 동구권 국가의 IT 서비스 프로젝트 관련 일이 있다면 제가 요긴하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두 아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는데도 부모님은 생업 때문에 방문하지 못했다. 김씨는 내년쯤 부모님을 한국으로 초청할 생각이다. 성공한 아들이 있는 `고국`에 첫 방문하는 부모님의 감격이 벌써부터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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